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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총리는 이날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 궁에서 23개 부처를 이끌 각료들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는 것으로 국정운영의 첫발을 뗐다.
이후 총리 관저로 자리를 옮겨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의 보건·사회·경제 위기를 조목조목 짚으며 “국가를 보위하고 다시 부흥시킬 토대를 마련하는 게 새 내각에 주어진 사명이자 책임”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등장만으로 한 달여간 지속했던 오성운동(M5S)·민주당(PD)·생동하는 이탈리아(IV)의 3당 연립정부 붕괴발(發) 정국 위기를 단박에 종식시켰다.
드라기에 대한 기대감은 그의 과거 전력이 한몫을 했다. 드라기 총리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이탈리아 재무부 고위직·중앙은행 총재 등을 거쳐 세계은행 이사·골드만삭스 부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 당면 과제인 팬데믹 제압, 경제난 극복은 모두 쉽지 않은 숙제다. 여전히 일일 1만명 이상 확진자·400명대에 육박하는 사망자라는 보건위기를 돌파해야 하고, 작년 8.8% 역성장이라는 역대급 침체를 반전시켜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현재로선 EU의 회복기금을 언제 어떻게 적재적소에 투입할지가 드라기 평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전체 EU 회복기금(7500억유로·약 1006조원) 중 보조금·저리 대출 등의 형태로 2090억유로(약 280조원)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정국 혼란을 야기했던 주요 정당이 드라기의 등장에 전열을 가다듬은 배경에도 회복기금 문제를 가장 잘 판단,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