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여권, 정책선거한다더니..공약 베끼기 '봇물'

'어디서 본 정책인데...급하니깐, 일단 베끼자'
한나라당 정책도 짜깁기
  • 등록 2007-08-23 오후 4:50:54

    수정 2007-08-23 오후 6:12:53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범 여권 경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민생 정책과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나온 정책을 짜깁기하거나 그대로 베낀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책 선거'라는 명분을 흐리고 있다.

심지어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과 정책까지 베끼는 경우도 발견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 후보는 22일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거안정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한반도 시대' 비전을 발표한 후 두번째 정책 발표였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이날 제시한 정책 중에는 이미 눈에 익은 것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 이해찬 '전·월세 소득공제 혜택'..정동영측 발의 법안과 유사

이 후보가 첫째 정책 과제로 제시한 '전·월세 소득공제제도'는 전·월세를 주거 비용으로 인정해 월세 세입자에게 연간 300만원까지, 전세 세입자는 융자 원리금 상환액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자는 내용. 
 
두번째인 '장기계약 전·월세 공공등록제도'는 집주인이 임대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집주인에게 양도세, 임대소득세 등의 세제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그대로 베낀 내용이다.

민 의원측은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이해찬 예비후보까지 우리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라며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정동영 후보 캠프에 일찌감치 합류한 바 있다.

이날 이 의원측이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환매조건부 '반값아파트' 공약은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재미를 본 '반값 아파트' 공약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이 후보는 이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수도권 지역에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32만호 공급하겠다"며 "시세의 반값 정도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점은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는 방식으로 홍 의원의 경우 토지임대부 방식을, 이 후보는 환매조건부 방식을 택했다는 점.
 
토지, 건축, 금융, 세제, 복지 등을 총괄하는 '주거복지청'을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 역시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 한나라당 정책도 베끼기..'땡큐' 한나라당 경선

범 여권 주자 중 가장 활발히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정 후보의 민생 공약들도 박 전 대표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유류세, 이동전화, 약값 인하 대책은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 전 대표가 내놓은 '6대 국민생활 부담 줄이기 정책'과 거의 유사하다.

유류세의 경우 박 전 대표는 10% 인하를 공약했지만 정 후보는 20% 인하로 한발 더 나갔다. 이동전화요금과 약값의 경우 정 후보는 20~30%가량의 거품을 뺄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박 전 대표는 통신비 30%, 약값 20%씩 인하하겠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발표했었다.

정 후보가 지난 21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으로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도 중소 상인들이 중심이 돼 새로운 카드법인을 설립한다는 독특한 '해결방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멧돼지 소탕', '베스 퇴치' 등 튀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 유시민 후보도 한나라당에서 베낀 공약이 있다. 유 후보가 이날 대한노의회를 방문해 발표한 '노인복지 10대 추진과제' 중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용으로 내놓은 정책과 판박이다.

범 여권 경선에서 이 처럼 '짜깁기' '베끼기' 정책들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경선 일정이 그만큼 촉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간 '탈당 - 창당 - 합당' 등 어지러운 '이합집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후보들이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을 준비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 관련기사 ◀
☞이해찬도 반값아파트 공약 "수도권에 32만호 공급"
☞문국현 사장, 대선출마 공식 선언
☞손학규 "대운하는 낡고 무식한 공약"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람 맞아?…가까이 보니
  • 상큼한 'V 라인'
  • "폐 끼쳐 죄송"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