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볼커' 작심한 파월…내년 미 기준금리 5% 넘나

연준, 월가 예상 뛰어넘는 초강경 긴축
일부 연준 인사들, 내년 금리 5% 전망
파월 "물가 잡힐 때까지 인하 없을 것"
볼커 의식한듯 'keeping at it' 표현 써
시장 '화들짝'…국채금리·달러화 폭등
  • 등록 2022-09-22 오후 1:38:17

    수정 2022-09-22 오후 9:34:2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파격적인 초강경 긴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강행하면서 거의 15년 만에 최고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내년 최종 금리가 5%까지 갈 수 있다는 연준 내 전망도 적지 않다. 월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초강경 매파 면모를 드러냈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대명사인 폴 볼커 전 의장의 길을 따라가려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1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일부 연준 인사들, 내년 금리 5% 전망

연준은 20~21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를 3.00~3.25%로 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14년8개월 만의 최고치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금리를 올린 이후 불과 반년 만에 300bp 인상했다. 이번을 포함해 최근 세 차례 회의에서 모두 75bp 금리를 인상했다. 자이언트스텝 자체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었는데, 이를 세 번 연속 강행한 것이다. 연준이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준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긴축이다.

연준의 공격 긴축 의지는 점도표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났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9명 중 6명이 내년 금리를 4.75~5.00%로 예상했다. 나머지 6명은 4.50~4.75%를, 또 다른 6명은 4.25~4.50%로 봤다. 최소한 4% 후반대까지는 인상할 것이고, 상황에 따라 5%대로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는 그동안 최종 금리가 높아야 4% 초중반대일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였다.

연준이 경제전망을 통해 내놓은 내년 기준금리 예상치는 4.6%로 나왔다. 6월 FOMC 당시 3.8%보다 무려 80bp 상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점도표가 기대보다 매파적이었다”며 “최종 금리가 4.50~4.75%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보다 더 높아질 위험이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FOMC 위원 19명 중 가장 많은 9명이 올해 4.25~4.50%를 예상했다. 8명은 4.00~4.25%를 점쳤다. 최소한 4%는 넘을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전망을 통해 공개한 수치는 석 달 전보다 100bp 높은 4.4%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그는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떨어질 때까지 견디겠다는 의미의 ‘keeping at it’ 표현을 이날 역시 썼다. 이는 1980년대 초 돈줄 조이기를 통해 고물가를 잡은 볼커 전 의장의 자서전 제목이다. 볼커 전 위장을 따라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잭슨홀 미팅 연설 때부터 이 표현을 줄곧 써 왔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잭슨홀 미팅 이후 나의 주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와 함께 긴축으로 침체가 올 가능성을 이전보다 더 열어놨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면 장기 추세보다 낮은 성장세가 지속하는 기간이 이어질 것 같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고통스럽지 않은 길은 없다”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석 달 전 1.7%에서 0.2%로 대폭 낮춰 잡았다. 0.2% 정도면 사실상 침체에 빠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UBS는 “경기 경착륙 위험이 높아졌다”며 “노동시장은 매우 둔화할 것”이라고 점쳤다.

시장 ‘화들짝’…국채금리·달러 폭등

연준 충격에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시장은 당장 오는 11월과 12월 FOMC의 금리 인상 폭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11월 75bp 올릴 확률을 66.5%로 보고 있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11월부터 3.75~4.00%로 4%를 찍을 것이라는 뜻이다. 12월의 경우 4.25~4.50% 가능성이 64.1%로 가장 높다.

파월 의장은 추후 인상 규모를 두고서는 “가야 할 여정이 멀다”며 “(이날 나온 점도표에서 나온 수치가 4.4%라는 점에서) 125bp 추가 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빌 조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 인상 폭) 75bp가 이제 새로운 25bp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23%까지 치솟았다. 2007년 이후 처음 4%를 돌파했다. 달러화 가치는 덩달아 치솟았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연준 정책 결과가 나온 이후 111.58까지 올랐다. 달러인덱스가 110선 위에서 고착화하는 것은 2002년 이후 볼 수 없던 일이다. 그만큼 안전한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여파로 2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장중 1413.5원까지 뛰었다. 환율이 141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종가는 전거래일 보다 15.5원 오른 달러당 140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중국 위안화 또한 역외 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1위안을 넘어섰다.

‘킹달러’에도 이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 회의 결과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이날 달러 대비 엔 환율은 장중 1달러당 145엔을 뛰어넘어(엔화 가치 하락)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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