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해프닝에 전세계 `요동`

인민일보 오보-블룸버그 인용 오보로 파장 확대
인민은행 대변인 "다음주 절상계획 없다" 공식 언급
  • 등록 2005-05-11 오후 8:18:38

    수정 2005-05-11 오후 8:18:38

[edaily 하정민기자]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잇따른 해프닝으로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노동절 연휴기간 중 위안화 절상설이 불발로 그친데 이어 11일에는 인민일보가 "다음주 위안화 절상"이란 보도를 내놔 국제 금융계가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인민일보의 보도를 블룸버그가 인용 보도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으나 인민은행이 서둘러 이를 공식 부인함에 따라 겨우 진정되는 모습이다. 인민은행 대변인은 "다음주 절상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인민일보의 실수"라고 거듭 강조하며 해프닝 진화에 나섰다. ◇위안화 절상 해프닝의 전말은 11일 오후 5시20분 경(한국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일보 영문판을 인용 "중국 정부가 다음주에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것"이란 보도를 잇따라 긴급 타전했다. 통신은 중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다음주 회합을 가진 후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1개월 동안 1.26%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1년 동안에는 변동폭을 6.03%로 추가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는 이같은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민일보가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데다 보도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중국증권보가 "외환시장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보도한 터라 금융시장에서는 인민일보와 블룸버그의 보도를 중국 정부의 공식 계획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를 부인하는 보도도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 소식통을 인용,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 계획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환율제도 변경과 관련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우존스역시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인민일보 영문판에는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어떠한 보도도 찾을 수 없었다. 블룸버그역시 인민일보 영문판을 인용해 보도했다고만 말했을 뿐 어떤 금융 당국자의 발언도 싣지 않았다. 혼란이 거듭되자 결국 인민은행이 나섰다. 인민은행 대변인은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인민일보의 보도는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주 절상은 불가능하다"며 "그것과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자 블룸버그는 뒤늦게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인민일보의 보도 내용이 지난 7일 차이나 뉴스 서비스가 시장의 관측을 토대로 보도한 것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잘못된 인민일보의 기사를 확인 과정없이 그대로 보도한 셈이다. 인민일보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위안화 절상 보도는 인민일보의 번역 오류에 따른 것"이라며 "인민일보가 인터넷판에 잠시 이 기사를 게시한 후 곧바로 삭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잘못된 보도를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나 사과없이 해당 기사만 삭제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예고된 위안화 절상 가능성 낮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그간 태도를 감안할 때 인민은행의 오보가 주장한 것처럼 `예고된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안화와 관련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위안화 가치의 기본 안정성을 확보하되 점진적으로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시기는 최대한 늦추겠다"는 속내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 원자바오 총리,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등은 여러 번 환율제도 개혁 의지를 표명했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 관해서는 엄격히 함구하고 있다. 이는 예고된 평가 절상으로는 경기과열 억제, 핫머니 유입 차단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거두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9년만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도 금융시장에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은 채 전격 인상을 단행하는 `깜짝 쇼`를 연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가까운 시기에 평가절상을 단행할 이유가 별로 없다"며 "중국이 서방 세계의 압력 때문에 이득은 없고 비용만 상당한 위안화 절상을 단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민일보와 블룸버그 기사에 언급된 예상 환율변동 확대폭도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이날 블룸버그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도 "위안화 절상 기대는 새뮤얼 베케트의 희곡에 나오는 오지않는 `고도(godot)`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지금 당장 평가절상을 단행하라는 중국의 내부적 요구가 없고 ▲무계획적인 절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대국의 체면 때문에라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절상 기대감을 풍기는 것이 실제 절상하는 것보다 중국 경제에 더 이익이며 ▲투기세력이나 미국이 한 번의 평가절상에 만족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단기간 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의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작년 금리인상과 마찬가지로 절상 시기와 변동폭을 예고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실시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내부에서는 아직도 위안화 절상과 금리인상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올해 안에 절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 설을 흘리는 것 만으로도 최소 2년은 버틸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해프닝은 위안화 절상에 대한 세계 각국과 금융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 지를 입증해주는 단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위안화 절상 오보가 전해진 후 런던외환시장의 달러/엔 환율은 한때 104.92엔까지 떨어져 전일 뉴욕시장 마감가인 105.56엔보다 큰 폭 하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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