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경찰 통해 檢 비위 수사하겠다'는 공수처…왜?

檢 '제 식구 감싸기' 막겠다며 '유보부 이첩' 고집
사건·사무 규칙 제정에 '검사 사건 경찰 이첩'도 고심
"검경 지휘하려 들어"·"자의적 사건 선택" 우려 쏟아져
'檢 개혁 지지' 민변마저 우려 표출…"법으로 해결될 일" 지적
  • 등록 2021-05-11 오전 11:00:10

    수정 2021-05-12 오전 8:30:39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식 출범한 지 넉 달째를 향해 가지만, 검사 사건 처리 기준을 놓고 검찰 등 타 수사 기관과 연일 갈등을 빚으며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의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를 막겠다는 원칙 하에 검사 사건 기소권을 우선적 또는 독점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오히려 공수처가 법이 정한 범위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며 반발·우려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의 저의에 강한 우려를 드러내며, 공수처법 자체를 다시 심도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다방면’으로 검사 사건 기소권 고집하는 공수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처·차장 포함 검사 정원이 25명(현재 15명), 수사관 정원은 40명(현재 파견 수사관 포함 28명)에 불과해 현재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검토·수사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공수처가 공식 출범한 지난 1월 21일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1040건으로, 이 중 검사 사건은 무려 42.2%에 달한다.

이에 공수처가 짜낸 묘안이 ‘유보부 이첩’이다. 유보부 이첩이란 공수처가 접수 또는 인지한 검사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유보’한 채 수사만 하게 한 뒤 수사가 완료되면 검찰로부터 공수처가 다시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 또는 기소 여부만 결정하겠다는 개념이다. 공수처는 주요 검사 사건에 이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 4일 내부 사건·사무 규칙을 제정·공포하면서 검사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유보부 이첩’을 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면서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며 검찰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못박았다.

검찰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공수처는 아예 검사 사건을 검찰이 아닌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기소권이 없는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수사가 완료되면 공수처가 사건을 송치 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우회 전략인 셈이다. 앞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 이규원 검사를 검찰에 유보부 이첩했지만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기소까지 강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연합뉴스)


‘공수처 무리수’ 지적 줄이어…“법으로 해결될 일”

다만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주장에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단 이첩이라는 것 자체가 수사뿐 아니라 기소권까지 넘기는 종국적 개념인데, 공수처가 다소 이례적인 유보부 이첩으로 검찰의 기소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수사 지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사건을 경찰에 이첩해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송치를 받는 형태 역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수사 완료 후 사건을 공수처가 아닌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를 완료했다는 점에서 공수처법상 이첩 요청 기준인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한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이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한다는 공수처 주장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억지’라고 꼬집는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대통령령을 만드는 만큼의 엄격한 절차가 있었느냐가 문제가 된다”며 “대통령령은 법제처 심의를 거쳐 공고를 해야 하고, 관련 부처 간 의견 수렴을 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데 그 과정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설령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검사가 기소권을 갖는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검사 사건에서의 기소권을 고집하자, 법조계 안팎의 시선엔 강한 의구심마저 감지된다. “공수처의 출범 이유는 소위 ‘무소불위’의 검찰을 압박할 견제 장치 마련이 핵심인데, 지금 공수처는 되레 자신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검찰과 경찰을 지휘하려 든다”, “이미 공수처의 규모가 말해주듯 핵심적인 권력형 비리를 찾아 엄중하게 처벌하는 역할만 하면 되는데 공수처장에 입맛에 따라 사건을 취사선택하려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을 앞장서 지지해 온 변호사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마저 “자칫 1호 사건 수사 결과도 없이 문재인 정부가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지미 민변 사법센터 검찰개혁 소위원장은 지난 6일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100대 국정 과제 6대 분야 개혁 입법 평가 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논란을 비판하며 “처음 법을 만들 때부터 예상했어야 한다. 법으로 해결될 부분”이라며 결국 미흡한 공수처법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정상적인 수사 체계 가동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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