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 쏟아지는데..`발등의 불` 가을 전세난엔 무대책

민간 임대 확대 핵심..효과 불확실하고 시차 걸려
하반기 서울 재건축 이주 수요 6000가구
  • 등록 2011-08-18 오후 3:53:50

    수정 2011-08-18 오후 3:53:50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집을 사서 세 놓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게 정부의 전·월세 대책 기조다.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늘리면 다가구와 다세대, 오피스텔 등 중소형 주택 건설이 보다 활발해지고, 그만큼 시장에 공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전·월세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에 비하면 보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고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대책이다. 집값 하락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임대 수입만을 바라보고 주택을 매입할 수요가 얼마나 될 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재건축 이주 수요로 촉발될 발등의 불, `강남발 전세대란`을 잡기에는 요원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 다주택자 규제 대부분 걷어내

이번 대책의 핵심은 민간 임대사업자의 요건을 종전 `3가구 이상 임대`에서 `1가구 이상`으로 완화한 것이다. 1가구만 사서 세를 놓더라도 양도세 중과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그동안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매입에는 각종 세금 규제를 가해왔는데, 이를 완전히 걷어내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면 집주인이 살고 있는 기존 주택은 양도세를 아예 받지 않는 조치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양도세 부담으로 주택 매매를 꺼리는 경우라면 소형 주택을 하나 사서 세를 놓으면 되는 셈이다.

수도권의 다세대, 다가구,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5만3000가구였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4만2000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주택 물량이 늘어나는만큼 민간에서 이를 흡수해 전·월세 시장에 공급하게 되면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둘 것이라 게 정부의 기대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초부터 민간 임대사업자 확대 정책을 펼친 결과,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국 매입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3만4537명에서 지난 6월 말 3만6793명으로 2256명 늘었다. 이들의 임대 가구 수도 26만298가구에서 27만1811가구로 1만153가구 증가했다.   ◇ 민간 임대 늘었지만 `태부족`

하지만 가구 수로만 놓고 보면 2009년말(27만3531가구) 수준에 약간 못 미치게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 수도권만 놓고보면 올해 들어 늘어난 물량은 4381가구인데 전세대란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강남 재건축발 이주 수요라는 전세난 진앙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묘책이 없는 셈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으로 이주 중이거나 이주 계획인 물량만 6000가구에 달한다. 강남권만 놓고 보면 청실1,2차 1608가구, 신반포(한신1차) 1037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특정 시기와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현실성이 낮다. 재건축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 비용이 증가하는데 법적 근거도 없이 개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다세대 주택 2만가구를 매입해 공급한다는 기존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역시 다음달 매입 공고할 예정이고 입주는 내년 봄은 돼야 가능하다. 가을 시장과는 무관한 대책이다.   ◇ 전·월세 상한제 반대 고수.."세입자 관점 아닌 듯"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추석 전후가 가을 전·월세 시장의 피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에서 소형 주택 가격은 어느정도 유지될 것이란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임대 수익률도 적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돼야 정부가 원하는 대로 민간 공급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관련법만 개정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책 발표에 앞서서도 여당은 특정 지역에 한해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기했으나, 국토부가 완강히 반대하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인위적인 가격 규제에 나서면 오히려 전·월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세입자 관점이 아니라 임대인 관점에서 대책을 만들고 있다"면서 "정부 의도대로 사람들이 집을 더 사게 된다고 하더라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이고, 결국 소유의 집중과 집값 상승 불안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지역 하반기 재건축 이주 수요(출처=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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