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많이 외롭다"던 김윤규

  • 등록 2004-08-09 오후 4:25:33

    수정 2004-08-09 오후 4:25:33

[edaily 김윤경기자]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올해로 6년.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 수가 7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지난주 산업부 김윤경 기자도 현대아산 고위관계자들과 함께 금강산을 다녀왔습니다. 마치 설악산을 관광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을 정도로 즐거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많이 외롭다"는 심경을 토로하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얼굴이 떠올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 짙게 남았다고 합니다. 변명같지만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여서 일까요. 지난 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을 때 "아, 금강산엘 갈 수 있다니" 하며 잠시 `국민적인 뭉클함`을 갖긴 했지만 그것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굳이 금강산을 밟아봐야겠단 느낌도 그리 강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금강산을 다녀온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금강산`이란 단어는 제게 분명히 그리움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또 그만큼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동반합니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 북한에 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너무 수월했습니다. 해로를 통해 금강산에 들어갈 때엔 무려 15시간까지 걸렸다고 하지만 육로 관광이 시작된 지금은 남한측 고성 금강산콘도에서 출발, 우리측 출입국관리소(CIQ)를 지나 셔틀버스를 타고 비무장지대(DMZ)를 통과, 북한측 CIQ까지 가는 데엔 30분 남짓 걸릴 뿐입니다. 내년 말까지 남측 통일전망대 저진검문소에서 금강산 청년역까지 동해북부선이 개통될 예정이고 항로관광도 추진되고 있으니 이보다 더 빠르게 북한에 들어갈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수많은 남한 관광객들의 인파 속에서 있다 보면 금지된 구역에선 사진촬영을 해선 안된다, 관광증은 반드시 목에 걸고 다녀라 하는 등의 주의사항도 몇 시간이 지나자 전혀 구속감을 주지 않을 정돕니다. <김정숙휴양소> 금강산 등반도 그런 기분으로 시작했습니다. 전일 `금강원`에서 식사를 하며 실없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던 목란관 최광혁 안내원과도 친구보듯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목란관> 지난 달부터 요소요소에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한 북한 안내원들도 친절했고 스스럼없는 편이었습니다. 김일성 수령이 방문했다, 이런 말을 남겼다는 식의 비석들이 놓여져 있는 것들이 거슬리긴 했어도 내가 오르고 있는 산이 남한의 설악산쯤 된다는 착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습니다. 하산할 때 동행한 현대아산 직원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그는 `격세지감` 한 자락을 들려주었습니다. 관광 초기만 해도 친절히 안내를 하긴 커녕 쓰레기를 버리진 않는지, 환경을 훼손하진 않는지를 감시하는 눈초리가 매서웠다는 것이죠. 이렇듯 제가 아무리 쉽게 느꼈다고는 해도 그곳은 분명 남한의 산 `설악산`이 아닌 북한의 `금강산`이었습니다. 관광할 수 있는 금강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대아산이 사업권을 갖고 있는 해금강~원산 지역에 포함되지만 내금강 지역이나 해금강 북측의 명사십리, 시중호, 총석정은 여전히 가볼 수 없습니다. 수월하다고는 해도 구룡폭포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구룡폭포> 관광코스 확대와 관련해선 북한의 인가가 나지 않는 것이 큰 이유긴 하지만 현대아산 내부적으론 투자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관광객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관광지역에서도 성수기인 지금 숙박시설은 풀가동 이상입니다. 현 시설로는 하루 2000명 가량이 적정한데 현재 밀려드는 관광객은 최대 2500~3000명에 이릅니다. 가장 좋은 숙박시설이라는 금강산호텔 일반 객실은 에어컨 냉방이 안됩니다. 하루 두 번 전기가 나가기도 한다는 군요. <온정리 마을>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이런 맥락에서인지 언젠가부터 `정부와 대기업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만났을 때에도 같은 말을 강조했습니다. 김윤규 사장은 "다른 기업들은 현대 혼자 짊어지고 가는 데 대해 마치 막노동하는 사람보며 힘들다고 하면서도 막상 하라고 하면 방관한다"면서 "주주들이나 금융기관 눈치만 볼 게 아니라 민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적 사업이라면 사재를 들여서라도 투자해야 하지 않느냐"며 섭섭함을 토로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어려운데 무슨 투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막 피치를 올리기 시작한 이 사업엔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입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사업에 고용된 북한 사람들도 꽤 됩니다. 금강산호텔 소속 봉사원 280여명을 비롯해 약 300여명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종사합니다. 이들도 금강산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이 곳에 올 때마다 호텔해금강 앞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는데 "차라리 이 고기가 내 사업을 이해해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많이 외롭다"고 하더군요. 정몽헌 회장 유언에 따라 `찡긋거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치료받아 온 김 사장은 최근 금강산 관광이 활기를 보이자 스트레스가 줄어 `찡긋거림`이 더 줄었다고 하는데 걱정거리가 많아지면 다시 또 `찡긋거림`이 심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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