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겠다는 중기부, 어떻게든 붙잡겠다는 대전시

중기부, 행안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 제출 세종행 논란
중기청에서 2017년 부처로 승격된뒤부터 세종행 추진
대전시 "지역서 지역 이전은 균형발전과 안맞아" 반발
아파트 특별분양권 노리는 직원 이해맞물려 논란 계속
  • 등록 2020-10-22 오전 11:00:30

    수정 2020-10-23 오전 11:04:02

중기부세종시로...대전시 못가요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현재 정부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시로 옮겨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대전시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1996년 산업자원부 소속 차관급 외청으로 출범한 중소기업청은 1998년 정부대전청사에 입주했고, 2017년 7월 독립부처로 승격했습니다. 부 승격 당시 관세청과 조달청, 산림청, 특허청 등 외청으로 구성된 정부대전청사를 벗어나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지만 일단 정부대전청사에 상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정부대전청사 전경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중기부 수장인 홍종학 장관 시절에는 이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박영선 장관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4선 국회의원 출신인 동시에 실세로 불리는 박 장관이 자신의 재임 시절 중기부의 중장기 숙원사업인 세종시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박 장관과 중기부 고위 공무원들은 “현재 정부대전청사 내 사무공간이 협소한데다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업무상 자주 접촉해야 하는 부처가 모두 세종에 있다 보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대전에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세종으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계속 피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어 부처 이전과 함께 공공기관을 모두 세종으로 모아 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이에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 대전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중기부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면서 이 문제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박 장관은 달랐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경제부처가 다 세종에 있어서 긴급한 회의가 세종에서 열릴 때 중기부가 간혹 회의에 참석 못하는 일도 생긴다. 현재 면적 대비 63% 수준에서 생활하고 있어 공무원들이 굉장히 불편해하고 있다”며 세종 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중기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기부는 지난 16일 행정안전부에 중기부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행안부는 “중기부가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해 옴에 따라 관련부서에서 현재 이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전 여부에 대한 정책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기부의 세종행이 공론화되자 대전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전이 사실상 혁신도시로 확정되면서 잔칫집 분위기가 잠시 연출됐지만 중기부의 세종행 공론화로 지역은 갑자기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혁신도시로 지정받는다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유치하지 않으면 아무런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던 중기부가 세종으로 간다면 인구 감소 및 경제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전에 큰 쓰나미가 올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등 야당의 정치권 인사들은 “의미 없는 혁신도시를 받고 가장 덩치가 큰 중앙부처를 통째로 내주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비아냥 섞인 말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사는 바로 허태정 대전시장입니다. 만약 중기부의 세종행이 자신의 재임 시절 확정된다면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허 시장은 20일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해소 및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건설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기부의 세종 이전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2005년 세종시 설치를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에서 대전청사 또는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기관은 제외한다는 이전기관 선정 원칙에도 어긋난다”면서 “비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이전을 허용할 경우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유치 쟁탈전 점화로 지역간 첨예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고, 세종시 출범 이후 대전이 인구 및 법인·기업들의 급속한 유출로 이미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며 150만 대전시민들과 함께 강고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유감을 표하며 강력한 반대의사와 함께 이전 검토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중기부 내부에서는 시기의 문제일 뿐 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거론되고 있고, 행정수도로 세종시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경제부처 중 가장 파급력이 큰 중기부의 세종행은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는 것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중기부 내 공직자들 대부분이 세종행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여러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직원들이 세종행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파트 특별분양권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 대전과 세종 등지의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공급 가격이 저렴한 세종시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최소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대전 아파트까지 처분한다면 양쪽에서 엄청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중기부 공무원들이 굳이 대전에 있을 이유를 찾기 보다는 세종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재임 시절 큰 업적을 남기고 싶은 박 장관의 정치적 야심도 중기부의 세종행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행정적으로는 행안부가 부처 이전의 키를 쥐고 있지만 청와대의 결정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더라도 대전과 세종에서의 중기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4월 30일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환담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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