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유통가에선)③"너 술 맞냐?"

술업계, 끝없는 저도주 경쟁.."36도가 위스키냐" "소주냐 맹물이냐" 논란도
막걸리 열풍도 주목..와인시장 `타격`
  • 등록 2009-12-29 오후 3:55:00

    수정 2009-12-29 오후 3:55:00

[이데일리 이성재기자] 올 한해 주류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저도주`와 `막걸리 열풍`으로 압축된다.

서민의 술 `소주`로 부터 시작된 알코올 도수 낮추기는 맥주에 이어 위스키까지 확산됐다. 술 시장에서 `술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하반기에 불어닥친 `막걸리 열풍`도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막걸리 열풍은 막걸리에서 끝나지 않고 와인시장을 잠식하거나 소주 매출에도 영향을 줬다.
 
◇저도주의 끝은 어디?

술에는 오랜기간 불문율처럼 설정돼 온 알코올 도수 마지노선이 있다. 위스키는 40도이다. 지난달 수석무역이 이 불문율을 깼다. 36.5도 `골든블루`를 출시한 것.

김일주 수석무역 사장은 당시 "위스키시장은 스코틀랜드 법령에 따라 알코올도수가 40도로 고정된 만큼 그동안 수요자의 니즈가 무시되어 왔다"며 "한국이 세계 스카치 위스키 시장의 핵심 소비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위한 위스키는 없었다"고 출시 이유를 밝혔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이라는 주장이다.

▲ 16도대 소주

수석무역의 이같은 파격은 위스키시장에서 `40도 논쟁`을 불러왔다. "40도 미만의 술이 위스키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경쟁업체들은 수석무역의 36도대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경우, `위스키냐, 아니냐`하는 논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어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맥주도 도수 경쟁이 한창이다. 4.5~5.5도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기존 맥주시장에 저알콜맥주가 등장했다. 하이트가 4도인 `엑스필 S`를 내놓고 불을 붙였고, 오비맥주도 올해 초 알코올도수 2.9도의 신제품 `카스2X`를 내놨다.

저도주 경쟁은 소주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6년 2월 두산주류가 `산`의 후속 모델로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20도의 소주가 나왔다. 업계는 이 때부터 저도주 시장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해 11월 부산·경남을 근거지로 둔 대선주조와 무학소주가 16도 대 소주인 `씨유`와 `좋은데이`를 선보이며 알코올 도수의 파격을 시도했다.  

잠시 주춤하던 저도주 경쟁에 다시 불을 지핀 곳은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2007년 7월 두산주류는 20도의 벽을 깨뜨린 19.5도 `처음처럼`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업계 1위인 진로 참이슬후레쉬(19.5도)까지 저도주 시장에 가세하며 소비 트렌드에 큰 변화가 일었다.

소비가 변하자 경쟁은 가속이 붙었다. 지난해 4월 대선이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알코올 도수 16.7도짜리 `봄봄`을 선보이며 재도전했고, 올해 초 진로는 롯데주류와 차별화를 위해 18.5도 `진로 제이`를 선보였다. 롯데주류는 이에 대응해 지난 8월 국내에서 두번째로 도수가 낮은 16.8도 '처음처럼 쿨'을 출시했다. 

김영규 롯데주류 사장은 "우리가 16도대 저도 소주를 출시한 것은 미래 소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16도 소주에 대해 맹물 같다고 말들 하지만 알칼리 환원수의 입자가 알코올과 결합해 소주맛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또 "전체 소주시장 분위기는 저도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처음처럼 쿨은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를 가장 잘 표현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제 16도마저 깬 `소주`가 나올 수 있을까에도 주목하고 있다.  

◇막걸리 열풍, 와인·소주 `화들짝`

잠시 스쳐 지나가는 유행 정도로 생각했던 막걸리가 하반기 주류시장을 강타했다.  `와인·전통주`시장을 잠식했고, 소주시장까지 타격을 줬다.
 
업계에서는 올해 막걸리 시장규모가 4000억원대로, 지난해 2500억원에 비해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이 마련한 `막거리누보` 이벤트



일각에선 막걸리가 정비되지 않은 채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전통주 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막걸리는 콧대 높은 백화점을 비롯해 골프장, 일반유흥주점에 진입했고, 국제행사의 건배주로 채택되면서 신분이 상승했다. 

특히 햇와인 `보졸레 누보` 출시일에 맞춰 내 놓은 `막걸리 누보`는 와인을 누르고 유명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류업계에선 국순당, 배상면주가, 참살이탁주, 서울막걸리 등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 최대 주류업체인 진로 또한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 생산을 통해 일본시장에 수출을 시작하는 등 `막걸리열풍`에 가세했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인 `소주`에 영향을 미쳤다. 진로 관계자는 "하반기들어 막걸리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소주 매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막걸리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의 인기는 해외로도 이어졌다. 배상면주가는 `대포`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참살이탁주는 햅쌀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진로는 OEM으로 일본 막걸리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내년에는 13억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국순당은 올해 70억원의 막걸리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억 원에 비하면 1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서울탁주도 상반기 350억 원을 포함해 올 연말까지 8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막걸리 열풍을 지속하기 위해선 막걸리 제조사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영세성을 극복해야 한다"며 "원산지표시 의무화 등 품질관리를 체계화하고 지역특산주 지정 등을 통해 영세업체들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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