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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내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경기를 가늠할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최근 감소세를 보인 것과 관련, 반도체 경기가 하락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 두달째 하락세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7억 3545만 7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감소한 수치다. 2016년 7월에 전년 동월과 비교해 19.4%가 감소한 이후 전년 동월대비 장비 수입이 하락한 것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4억 299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6%나 줄었다.
반도체 호황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이에 앞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2016년 하반기부터 늘어나면서 반도체 호황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2016년 8월에 전년 동월대비 무려 138%나 증가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은 152.8%, 당해 6월엔 266.5%나 늘었다. 증가 추이는 올해 4월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제조용 장비 수입 평균 증가율은 113.1%로, 매달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으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수입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입도 함께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2025년까지 1조 위안(한화 176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현 10% 정도에서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장기 차원의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불황 신호 NO… 중국 투자 기대할만”
또 다른 장비업체 B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반도체에서 불황 조짐을 느끼는 건 없고, 있다 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며 “전방산업 반도체 대기업들이 투자를 취소하거나 지연하는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반도체 시장은 제조용 장비 수입 외에도 호황·불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매우 많다”며 “중국에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니 아직은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장비업체 C사 관계자 역시 “장비를 수입하는 시점과 수입해서 제조해 판매하는 게 시기 상 최소 1~2분기 차이가 난다”며 “결국 지난해 장비 수입이 많았다는 건 올해 상반기 제품 출하가 많았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 수입한 장비들이 설치돼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점은 올 하반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반도체 출하량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것이지, 제조 기업들이 반도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2016·2017년 장비 수입이 예년에 비해 많았고,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예년 수입 물량을 바탕으로 올해 숨고르기를 하는 양상”이라며 “반도체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반도체 투자가 줄어든다고 볼 수 없고, 올해 장비 수입이 일시적으로 줄었으니 내년에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