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300억 한푼도 못 건질 판…석탄公, 몽골 탄광에 발목 잡힌 사연

샤나가 유연 탄광, 2015년부터 생산 중단…2018년부터 판매량 ‘0’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 391억원…자금횡령 등 부정회계 논란 겹쳐
탈석탄 정책에 정상화 막막 …몽골, 친환경 성형탄 공장 요구까지
  • 등록 2020-09-10 오전 11:00:30

    수정 2020-09-11 오전 11:06:41

(디자인=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몽골 샤나가 탄광 내 일부 중장비가 노천에 고장 난 상태로 방치 중이다. 장비 대부분이 고장상태다. 양호한 덤프트럭과 중장비는 수리·정비 후 매각이나 대여 등 처분 방법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한석탄공사가 최근 공개한 ‘2020년 해외개발사업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 내용이다. 석탄공사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을 이유로 ‘몽골 홋고르 샤나가 유연 탄광’ 개발에 투자했다. 하지만 샤나가 탄광은 지난 2015년 석탄생산을 중단한 이후 2018년부터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여서 석탄생산을 재개하지 않으면 투자원금 258억원과 추가 지원금을 포함한 약 300억원의 돈을 모두 날릴 판이다. 우리 정부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석탄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11년 몽골 누르스트 홋고르 탄광에서 석탄공사 관계자를 비롯해 몽골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광식을 하고 있다.(사진=석탄공사)
◇경영권도 확보 못한 채 투자액 ‘허공 속’


석탄공사는 6년째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석탄가격하락, 수송 인프라 부재, 주주 간 불협화음 등의 이유로 번번이 불발했다. 현재 샤나가 유연 탄광의 자본잠식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91억원에 이르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를 운영 중이지만 단돈 1원의 이익도 얻지 못한 채 투자액을 고스란히 날릴 상황에 부닥쳤다.

탄광 운영을 위해 석탄공사는 결국 ‘최소한의 사업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석탄공사 이사회는 최근 자금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2억7000만원을 수혈하기로 했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매각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탄광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투입한 추가 운영비는 결국 손실금으로 쌓인다.

샤나가 탄광 사업은 초기 투자 당시 채굴매장량 7600만톤, 평균 영업이익률 22.9%로 5년 내 투자액 회수를 예상했지만 생산과 판매 모두 부진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석탄 생산량은 2011년 8만5921톤에서 2015년 516톤으로 급락했다. 이듬해부터 전면 생산 중단했다. 판매량도 2014년 1만2476톤을 기록했으나 2018년에는 절반 수준인 5556톤으로 감소했다. 작년부터는 아예 판매 실적이 없다.

자금 횡령 등 부정회계 논란까지 ‘엎친 데 덮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지 통역과 회계사의 자금 횡령 등이 불거지면서 부정 회계 논란까지 겹쳤다. 느슨해진 몽골 현지 회사의 내부통제를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몽골 현지 법과 경영권 미확보로 적절한 대응과 조치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몽에너지개발은 석탄공사가 샤나가 유연 탄광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만든 회사다. 석탄공사가 62.9%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7.1%를 엔알디와 선진유한회사가 갖고 있다. 세 회사는 2012년12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서에 따라 지분에 비례해 이사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석탄공사는 지분율 대비 1명이 적었다. 이 때문에 최대 주주임에도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계약체결 당시 몽골과의 협의 과정에서 명확하게 이사 수를 정하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이사회 결렬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회를 열지 못하는 등 파행을 이어왔다.

석탄공사는 감사보고서에서 “샤나가 탄광의 지리적 여건과 수송 인프라 부족, 확실한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점,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몽골 탄광 운영법인인 한몽에너지개발 직원의 느슨한 내부통제, 경영권 미확보, 한국법과 몽골법의 차이, 자금투입의 이견 등으로 현재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탈석탄 정책 맞물려 정상화 ‘막막’

몽골과 한국 정부 모두 샤나가 탄광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탈석탄 정책 등과 맞물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몽골 정부는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겠다며 석탄공사가 돈을 대 친환경 성형탄 제조 공장을 지으라며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샤나가 탄광 운영에 새로운 조건을 붙인 셈이다.

우리 정부도 탄광 사업 재개와 매각 여부 등을 타진하고 있지만 ‘탈석탄’ 정책을 내세운 상황에서 여의치 않다. 정부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과감한 석탄발전 감축 방안을 마련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제1회 푸른 하늘의 날 기념식’에서 탈석탄을 공식화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 가운데 2위”라며 “몽골 정부가 유연탄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탄광 운영 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형탄 제조 공장을 짓는 게 그나마 탄광 운영을 재개할 유일한 방법이지만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놓여 있다”며 “우리 정부도 탈석탄 정책 추진으로 몽골 유연 탄광 사업 정상화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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