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부세 배분 기준을 바꾼 이유는

잇따른 복지사업으로 지자체 재정상황 열악
종부세, 사실상 정부 교육·복지사업에 활용
꼬리표 붙은 배분..지자체 예산 자율권 침해

  • 등록 2007-05-17 오후 6:26:32

    수정 2007-05-17 오후 6:31:07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정부가 17일 종합부동산세 배분 기준을 바꾼 것은 급증하는 지자체의 사회 복지 수요를 감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사업비를 절반씩 분담하는 대형 복지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지방의 재정여건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충분한 중장기 예산 대책없이 일단 정책을 내 놓고 보는 관행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때가 때인만큼 대선용 카드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 지방재정 불균형 해소라는 목적으로 도입된 종부세가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중앙 정부 예산화로 지자체의 예산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지방 재정 '파탄'

17일 행자부에 따르면 230개 기초자치단체와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예산은 2003년 9조4264억원 2004년 10조6678억원 2005년 12조8858억원 2006년 15조322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17조2825억원이 잡혀있다. 4년간 평균 17.6% 증가한 셈.

반면 같은 기간 지자체들의 총 예산은 2003년 97조5256억원에서 올해 111조9864억원으로 연 평균 5.8% 늘었다.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이 예산 증가율보다 3배 가량 높은 것.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인건비나 정부 매칭 사업 등 고정비를 제외하고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특히 재정 여건이 열악한 농촌 지역 지자체들의 예산이 크게 부족한 실정.

박혜자 전남도청 복지여성국장은 "사회복지 사업은 정부와 지방이 사업비를 50대 50으로 매칭해 전개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 사업이 증가하면서 전남도는 올해 지방세 예상 수입 3200억원 중 96%를 복지 사업에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종부세 배분 기준에 사회 복지 수요를 포함한 것은 이 처럼 급증하는 지자체의 사회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날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대책들도 발표했다.

이날 대책은 지자체가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점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근본 원인은 정부가 복지 사업에 대한 충분한 예산 대책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영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세제연구센터 소장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나오는 재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세원을 지방 정부에 이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세원을 지방 정부에 이양할 경우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과 책임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사업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자부 관계자도 "열악해지는 지방 재정에 비해 대책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인정했다.

◇ 중앙 정부가 종부세에 '눈독'

정부가 급증하는 지자체의 사회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종부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종부세는 지난해 1조7179억원에서 올해 2조8814억원으로 67.7% 급증했다. 종부세를 내는 기준인 과표 적용률이 올해 80%에서 2009년까지 10% 포인트씩 상향 조정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도 전체 세수 규모는 증가한다.

문제는 종부세가 조세 형평성, 부동산 가격 안정, 지방재정 균형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중앙정부가 의도하는 사업에 사실상 투입된다는 점이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도 이날 "정부 내에서 늘어난 종부세를 임대주택, 쪽방 ,학자금 활용 등에 쓰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중앙 부처가 종부세를 예산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종부세 배분 기준은 재정여건 50% 사회복지 25% 교육 20% 보유세 규모 5% 등 4가지다. 종전 재정여건 80% 지방세운영상황 15% 보유세 규모 5% 등에서 사회복지와 교육 수요가 새로 포함됐다.

황준기 행자부 지방재정세제본부장은 "종부세는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중앙정부 예산이 아니다"며 "특히 일반재원으로 배분하는 만큼 중앙정부가 지자체에게 특정 용도를 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종부세 용도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자체의 복지, 교육 수요에 따라 종부세를 배분받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교육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황 본부장도 "지자체가 교육, 복지 사업으로 예산을 책정한 후 목적과 다르게 예산을 사용할 경우 다음 연도에 배분받는 종부세액은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가 대선을 겨냥해 표를 얻기 쉬운 복지분야의 예산을 대폭 늘린데 이어 종부세까지 들이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희 소장은 "이번 대책으로 지자체는 사실상 (사회복지와 교육) 꼬리표가 붙은 종부세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종부세가 애초 지자체 세원이었으면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었던 돈이었다"고 꼬집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도 "복지나 교육 사업은 행자부보다는 기획예산처가 신경쓰는 사업으로 이번 대책에는 예산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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