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으로 이커머스에 밀린 ‘유통 명가’ 자리를 되찾기 위해 막중한 책임을 부여했다는 시각과 함께 일찍부터 총괄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나섰던만큼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동시에 나온다.
일각에선 그룹내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저점까지 떨어진만큼 정 회장을 통해 그룹이 반등하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정 회장의 승진과 관련해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주력 계열사 이마트(139480)만 해도 지난해 첫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결과였지만 별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1880억원)이 27%나 줄었다. 이 상황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대표 주자 쿠팡에게 처음으로 매출을 추월 당하기도 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000억원이었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지마켓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동성 측면에서는 최근 부채비율이 900% 이상인 신세계건설이 불안요소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미 2006년부터 이명희 총괄회장 대신 경영 일선에서 그룹 경영을 이끌어 왔던 만큼 상징적인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정 회장과 같은 또래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모두 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데 정 회장도 이미 그룹 전면에 나서왔던만큼 이에 맞는 ‘급’을 맞춰준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최악인 현 상황이 정 회장이 승진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진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선 ‘성과’가 필요한데 현재 저점까지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이 시점이 스토리를 만들기 용이하다는 해석이다. 회장 승진할 타이밍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만큼 이같은 해석도 일리가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지위에 변동이 없다는 것도 이목에 쏠린다. 이일찍부터 ‘남매경영’ 체제를 갖춰왔던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면세점·패션 부문을 맡아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는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공해 왔다”며 “정용진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