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주머니] '중간배당' 그것이 문제로다

하나금융, 중간배당 여부 놓고 고민
금융당국은 배당자제 권고하는데
주주친화정책 강화 목소리도 고려
  • 등록 2020-07-13 오전 11:33:36

    수정 2020-07-13 오후 3:58:19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요즘 중간배당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하나금융은 지주사가 출범한 2005년부터 늘 중간배당을 해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죠. 배당금도 꾸준히 늘렸어요. 2015년에 지급했던 중단배당금은 주당 150원이었는데, 작년에는 주당 500원을 줬으니까요, 착실하게 늘려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들 중에서 유일한 중간배당을 하는 회사입니다. 효과를 톡톡히 누렸죠. ‘하나는 역시 주주친화적인 회사야’ 이런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은행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그나마 선방한 것도 중간배당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죠. 실제 코로나 충격파로 주가가 급락했다 회복하기 시작한 4월 이후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는 주가가 11~12% 올랐는데, 하나금융은 그 두 배인 22%가량 올랐거든요. 투자자들이 하나은행을 좀더 좋게 봤던 측면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 하나금융의 중간배당이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는 점입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발단이 됐습니다. 은행이 실물지원 여력을 확보해두려면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같은 주주친화정책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권고가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부터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금 지급 자제를 권고했다”면서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자사주 매입금지와 배당금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거들었고요. 금융위와 금감원이 ‘은행들은 배당을 자제하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입니다. 지금이 배당을 지급할 때냐는 겁니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 충당금을 적립하고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대놓고 배당을 하지 압박하는 하는 통에 하나금융이 중간배당을 밀어붙이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됩습니다.

가뜩이나 하나금융은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문제로 금감원과 다소 불편한 관계였는데, 배당 문제까지 눈밖에 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렇다고 중간배당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주주들의 기대를 외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나마 중간배당은 부진한 주가를 관리해 주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단인데, 중간배당이 무산되면 주주들의 반발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스런 관전평을 내놓습니다.

하나금융 내부의 말 못할 사정도 있습니다. 올해 연말부터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경영진으로서는 주주들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죠. 게다가 하나금융의 지분 64%는 배당에 민감한 외국인이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배당을 안한다고요? 과연 주주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하나금융은 일단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했습니다. 주주명부 폐쇄는 배당에 대비해 주주들을 확정하려는 사전 단계입니다. 명부를 폐쇄했다는 건 일단 배당을 하긴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이 안됐다며 조심스러워 합니다. 이달 하순 열리는 이사회에서 배당 여부를 결정할 문제이고.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겁니다. 하나금융의 난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반응입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배당금액을 줄이더라도 중간배당을 하긴 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예상합니다. 일종의 절충안이죠. 배당 규모를 줄여 당국의 권고를 따르면서도, 주주들을 배당을 하긴 하지 않았느냐라고 강변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은행 시스템 아래서는 이익을 많이 내는 경영진이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은행에 장기투자한 주주라면 당장 한두 푼의 배당 보다 장기적으로 꾸준한 배당을 주는 경영진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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