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국적바꾸기]①모국 등지는 현대판 `보스턴 茶사건`

  • 등록 2014-09-03 오후 12:30:00

    수정 2014-09-03 오후 12:3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잘 알려진 화이자(Pfizer)는 올해초부터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에 끈질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화이자는 회사 매각에 소극적인 아스트라제네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인수가액을 694억달러(약 70조2000억원)로 높였지만 실패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수차례 거부했지만 화이자는 재차 도전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120년 이상된 전통있는 미국 제약업체 애브비는 영국 제약업체 샤이어를 인수했다. 애브비는 샤이어 인수에 무려 54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애브비가 일리노이주에 있는 본사를 영국으로 옮기면 해마다 5억달러 가량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제약업체들의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있다. 경쟁 기업을 사들여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금도 아낀다는 계산이다. 애브비의 경우처럼 M&A후 법인세율이 낮은 영국 혹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면 해마다 수억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82년 이후 미국 기업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본사를 옮긴 경우가 43차례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중 13번이 2012년 이후에 몰려 있다. 43건 이외 올해 계획된 건수만도 9건이다.

이같은 미국 기업들의 탈(脫)모국 현상의 주된 이유는 높은 법인세율 때문이다. 영국에 대한 조세저항 운동에서 시작해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시킨 보스턴 차(茶)사건을 연상시킬 정도다.

실제 미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회원국 최고인 35.0%다. 특히 지방정부에 내는 법인세까지 합치면 39.1%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낮은 나라는 아일랜드(12.5%)로 미국의 3분의1이다. 아일랜드를 세금천국이라고 비난하는 영국조차도 법인세율이 미국의 절반 수준인 21%다.

지방정부 법인세까지 합친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낮은 일본(37%), 프랑스(34.4%)도 세율 인하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기업에 불리한 세제로 자국민의 비판을 듣고 있다.

더욱이 미국 연방정부는 선진 7개국중 유일하게 해외 발생 매출에 대해서도 세금을 붙인다. 쉽게 말해 미국 법인이 미국 밖에서 번 돈에 대해서도 세금을 붙인다는 얘기다. 반면 영국, 캐나다 등은 자국에서 발생한 수익에만 세금을 매긴다. 투자를 더 늘리고 싶은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법인에 수익을 이전해 놓는 게 유리하다.

최근들어서는 제약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들도 탈(脫)미국에 나서고 있다. 주가 상승, 금리 인하 등으로 현금이 두둑해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 대표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캐나다 기업 팀 호톤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본사는 캐나다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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