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지지 명부에 타인 이름 적으면 '사문서위조'일까?

대선 후보 지지 서명부 위조·행사한 혐의
1심 유죄→2심 무죄 "사문서위조 인정 안돼"
"의사표현일뿐…권리·의무 관한 문서 아냐"
  • 등록 2024-02-01 오후 12:00:00

    수정 2024-02-01 오후 7:43:4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정치인을 지지하는 서명부에 가짜 이름 등의 정보를 기재하고 제출한 것은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특정 후보자 지지 기자회견을 열기 위한 명분으로 추진한 서명부 자체가 법에서 정한 권리나 의무에 관한 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형법상 사문서위조의 객체가 되는 ‘문서’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문서에 권리 또는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됐는지, 또는 실체법 또는 절차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권리·의무와의 관련성 등이 인정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법리가 재차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인 A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힘 후보자로 입후보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다른 당원들과 함께 지지 서명을 받아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공모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서명부의 배포 및 회수가 어렵자 A씨는 총 315명의 허무인(현실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외관상 존재하는 것으로 꾸며진 사람) 명의로 된 서명부 21장을 위조했다. 그리고 위조사실을 모르는 당원 B씨에게 이를 제출했다.

이에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서명부는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서의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가 아니라 의견이나 호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위조된 서명부 21장을 몰수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위조한 서명부 21장은 형법상 사문서위조의 객체가 되는 ‘문서’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해당 서명부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구호나 지지 호소가 담긴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 권리·의무의 변동이나 법률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나 의사표시가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 또는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대법원 역시 2심 재판부와 생각이 같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서명부 21장은 주된 취지가 특정한 대통령후보자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 의사를 집단적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 것일 뿐, 실체법 또는 절차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 내지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취지의 원심의 판단에 형법상 사문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인 사문서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도안이나 그림)를 가리키고,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는 권리 또는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것을 말하며,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는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 이외의 문서로서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를 의미한다.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는 주된 취지가 단순히 개인적·집단적 의견의 표현에 불과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적어도 실체법 또는 절차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권리·의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대법원(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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