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사랑의 수재의연금 되도록

  • 등록 2002-09-05 오후 6:12:16

    수정 2002-09-05 오후 6:12:16

[edaily 양효석기자]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상처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때문에 수재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수재의연금 행렬이 그 어느때보다 깁니다. 대기업들의 수재의연금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성급하지 않아 보입니다. 산업부 양효석기자가 수재민 다독거리기에 나서는 대기업들의 모습에서 한가지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이번 수재로 인한 재산피해액이 2조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99년 태풍 "올가"때 재산피해액 1조704억원의 2배에 이르는, 태풍 재해 사상 최대라는 통계를 접하는 마음이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태풍과 관련된 사상 최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대기업이 내는 수재지원금 규모도 역대 최고가 될 모양입니다. 하지만 수재의연금을 내는 것은 금액 만큼이나 측은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냐구요? 최근 일입니다. 지난주 한 주간지에서 수해지역을 내려다 보며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비소한 내용의 만화가 있었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을 향한 야유였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뻔 했습니다. 전경련 회장단들이 수해복구가 한창인 시점에 골프모임을 가질 계획을 짰습니다. 박용오 두산회장이 초청한 이번 전경련 회장단 골프모임 장소가 바로 수해집중지역과 인접한 춘천이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황당했을 겁니다. "이럴수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몸뚱이 하나빼고 모든 것을 잃은채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들 뒤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며 구경을 하시겠다?" 아니나 다를까. 전경련은 5일 부랴부랴 "14일로 예정됐던 회장단 골프모임을 취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경련은 당초 친목도모와 협력강화를 위해 회장단 골프모임을 준비했지만 태풍으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이고 지금은 피해복구에 전념해야 할 때라는 판단에 따라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재계 원로들의 만남이 어찌 가볍겠습니까. 주5일 근무제 등을 위시해 갖가지 재계의 현안들이 그들의 머리를 어지럽게할 주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취지가 근사하더라도 모양새가 적절할 때 그들의 만남은 빛을 발할 것입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내겠다고 줄서는 수재의연금에도 얼마나 측은지심이 보태져 있는 것일까 반문해봅니다. 수재민을 다독거리는 따뜻한 마음과 "경쟁기업이 요만큼 냈으니까 우리는 그보다는 더 내야지"하는 경쟁심리가 섞여있지 않을까요. "누가 얼마 낸다더라, 우린 얼마 내야할까" 하는 심리말이죠. 물론 이들 대기업들은 모두 공식적으로는 기업의 능력과 이미지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하고 마음을 몰라준다고 섭섭해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 한가지는 대기업들이 이럴 때마다 "대외이미지를 높여보자"는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지난 수일간 대기업의 수해 지원 소식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삼성, 재해성금 50억원 추가제공", "SK, 수해성금 50억원 추가기탁", "LG, 재해성금 20억원", "현대차, 수해의연금 20억원 기탁" 등 대 그룹이나 계열사들의 정성이 답지했습니다. 정성을 담는 포장도 다양했습니다.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남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해 시가 4억5000만원 상당의 압력밥솥을 지원한다는 소식도 있었고, 강릉지역에 전문 조리사와 영양사를 투입해 하루 7000끼의 급식을 지원한다는 소식 등등. 어떤 회사는 대부분 직원들이 수해지원에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듣는 사람들은 공장가동에 차질이 빚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다 좋은 소식입니다. 이런 발표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습니다. 콩하나도 나눠먹는다는데 어려울 때 능력있는 기업들의 도움들이 이재민들에게 얼마나 큰 활력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랑의 마음까지도 보내자는 겁니다. 측은지심까지요. 대신 "골프치자"고 하면 안됩니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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