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담] 삶의 질 바꾼 비아그라 탄생 5년

노년의 性에 활기… 피임약에 견줄만한 혁명
외도·매춘 유혹도 커져 60대 성병환자 늘어
  • 등록 2004-09-17 오후 8:26:38

    수정 2004-09-17 오후 8:26:38

[조선일보 제공]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등장한 지 5년이 지났다. 99년 10월 많은 관심과 논란 속에 국내에 발매된 비아그라는 의약품 역사상 단순히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초의 ‘해피 드러그(Happy Drug)’. 이후 비만·대머리 등 ‘삶의 질’ 의약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발기부전 치료제도 레비트라·시알리스 등 골라 먹는 시대가 됐다. 비아그라는 지금까지 전 세계 2300만명의 남성들에게 12억정이 판매됐으며, 현재 1초에 9정씩 소비되고 있다. ‘비아그라’ 등장 이후, 성의학과 성문화는 어떻게 변화했고, 우리 사회에는 어떤 현상들이 일어났는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비아그라 임상시험을 주도한 제약회사 화이자의 메디컬 디렉터 베라 스테처(Vera J Stecher) 박사와 국내 성의학 권위자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김세철(金世哲) 교수가 이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이들은 “피임약이 여성에게 임신으로 인한 구속에서 성(性) 해방을 가져다 줬다면, 비아그라는 남성에게 노년까지 성을 즐길 권리를 가져다 줬다”고 입을 모았다. ▲ 비아그라 임상시험을 주도한 화이자의 메디컬 디렉터 베라 스테처(왼쪽) 박사와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김세철 박사가 비아그라 등장 이후의 성문화 변화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베라 스테처 = 발기부전 환자들은 부인을 껴안고 키스하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인은 ‘나한테 뭔가 잘못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고 부부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그런데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이들이 애정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출시 초기 정력제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비아그라를 ‘가정에 부부를 묶어 놓는 약(Stay at Home Drug)’이라고 부른다. ■ 김세철 = 음지에서 이뤄지던 중·장년 남성들의 성담론이 양지에서 공론화됐다. 국내 출시 당시 중앙 일간지에서 ‘발기부전’을 다룬 기사가 한 해 330여건 등장했다. 그전에는 의사조차 환자에게 발기부전은 없냐고 물어보는 것을 주저했다. 지금은 의사의 80%가 발기부전에 대해 먼저 얘기 꺼내기가 쉬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년 전에는 발기부전 환자가 오면 약물 처방이 8.8%였으나, 지금은 87.3%로 증가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약 35% 늘었다. 반면 발기부전 관련 음경 수술은 5분의 1로 줄었다. 비뇨기과 의사의 수익면에서는 달갑지 않은 약이다. ■ 스테처 = 당뇨병 환자의 경우 발기부전 발병률이 50% 정도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발기부전 발생률이 4배 더 높아진다. 그런 환자들이 발기부전 문제로 병원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만성질환을 발견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 면에서 이득이다. 미국의 민간 보험회사들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 김 = 중·장년 이후 발기부전이 생겼을 때, 더 이상 성생활을 할 생각이 없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관상동맥질환 등 심장병은 없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은 음경으로 가는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겨서 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발기부전은 심혈관질환의 초병(哨兵)이다. 그래서 음경을 ‘작은 심장(Small Heart)’이라고 한다. 음경에 문제가 있으면 심장에 문제가 있다. 음경에 나쁜 것은 심장에 나쁘고, 심장에 좋은 것은 음경에도 좋다. 담배 피우면 심장에 안 좋듯이, 흡연은 발기부전을 유발한다. ■ 스테처 = 그래서 미국에서는 음경을 ‘심장 창문(Window to Heart)’이라고 부른다. 발기부전 환자의 20%는 관상동맥질환을 갖고 있다. ■ 김 = 발기부전 치료제가 외도나 남성 중심의 성문화를 증폭시키는 역기능도 있다. 성을 사랑의 표현으로 보기보다는 쾌감 추구로 인식하는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처방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층은 60대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의 배우자는 이미 폐경기이다. 성생활 하자고 하면 자칫 ‘노망 들었다’는 소리 듣는다. 하지만 성욕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되는 것이므로 매춘 등 외도의 유혹에 빠져든다. 실제로 비아그라 발매 이전의 3년과 이후의 3년을 나눠 전국 7개 비뇨기과 병원의 성병 환자 발생률을 조사해 보니, 60대 임질이 4.2%에서 5.3%로 늘었다. 비(非)임균성 요도염은 5.6%에서 6.6%로 늘었다. 그만큼 이 연령대에서 불결한 성 접촉이 늘었다는 뜻이다. ■ 스테처 = 그래서 환자들에게 정서적 교류를 통해 부부관계를 재정립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아그라는 부부관계 회복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남성의 약이 아니라 ‘부부 공동의 약’이다. ■ 김 = 여성의 성적 만족은 정신적 측면, 즉 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약물 효과가 약하다. 그래서 여성용 비아그라 개발도 중도에 접었다. 하지만 남성들은 발기력만 회복되면 모든 것이 원상회복되어 ‘쌩쌩’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섹스(Sex)’라는 말은 라틴어로 ‘나누어 갖는 것’이라는 뜻이다. ■ 스테처 = 환자로부터 ‘비아그라를 먹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불평 섞인 전화를 종종 받는다.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야구경기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 비아그라를 최음제로 잘못 안 것이다. 성적인 자극과 교류 없이는 약효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많은 남성들이 모르고 있다. 한편 약효를 제대로 본 환자들은 임상시험 후 남은 약을 되돌려 주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약이 쏟아져 냉장고 뒤로 넘어갔다거나, 화장실에 빠져서, 심지어는 개가 먹어버려서 등등 재미난 핑계를 대더라. ■ 김= 국내에서는 임상시험 공고를 내자 참가 신청 전화가 폭주, 업무가 마비됐다. 별도의 전화선을 설치했을 정도였다. 최고령자는 91세였다. 누가 진짜 약과 가짜 약을 먹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3개월간 임상시험을 했는데, 약효가 좋았다고 기록을 제출한 사람 중에는 나중에 보니 가짜약을 먹었던 환자도 많았다. 예전에는 환자의 3분의 2가 뱀탕 같은 것을 찾아먹었다고 했으나, 요즈음에는 그런 민간요법 정력제를 복용하는 이도 많이 줄었다. ■ 스테처 = 뉴욕타임스는 비아그라 출시 이후 정력제로 여겼던 물개 성기 판매량이 한 해 4만개에서 2만개로, 순록의 뿔 판매량도 72%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만큼 야생동물 보호 효과도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판다의 종족 번식을 위해 비아그라가 사용되기도 한다. ■ 김 = 비아그라 등 삶의 질 의약품이 많이 나오면서 운동이나 식이조절 노력을 게을리 하고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연·절주·운동·다이어트 등 라이프 스타일을 교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노력을 안 하면 동맥경화가 심해져 나중에 약을 먹어도 약효가 나지 않는다. 약으로 모든 것이 다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스테처 = 발기부전 치료제도 이제 여러 약이 나와 있다. 어떤 약을 먹는 것보다 발기부전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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