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관가의 메이데이

  • 등록 2003-04-30 오후 4:37:58

    수정 2003-04-30 오후 4:37:58

[edaily 김춘동기자] 월급쟁이들은 `환상적인` 휴일 시즌을 맞았습니다.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하루를 건너 뛴 후 주말, 휴일, 어린이날이 이어집니다. 또 이틀만 고생하면 다시 석가탄신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요일을 때우면 다시 주말로 이어지죠. 적잖은 기업들이 `징검다리`를 없애고 아예 몰아서 연휴를 준다고 합니다. 반면 공무원들은 근로자의 날에도 평일과 같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입이 댓발 나와` 있습니다. 경제부 김춘동 기자는 근로자의 날을 통해 한국 관료사회를 진단해 봅니다. 5월1일은 노동절(May Day)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날이죠. 일년중 많은 휴일이 있지만 근로자들에게는 특별한 `명절`입니다. 법정공휴일이 아님에도 증권·외환 등 금융시장도 쉽니다. 덕분에 시장을 담당하는 기자들도 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노동절 휴일에도 정상근무를 해야 합니다. 과천청사의 경우 재경부와 공정위 등 대부분의 부처들이 평상시와 같이 출근합니다. 기획예산처 등 일부부처의 경우 실국별로 산행 등의 행사를 개최해 직원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노동절 휴일을 쉬지 못하는 것은 법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국가공무원법을 적용 받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은 법정공휴일에만 쉴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무원노조가 아직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조직돼 있기는 하지만 중앙부처의 가입은 저조한 편입니다. 과천청사의 경우 공정위, 농림부, 과기부, 산자부 등 4개부처만이 전국공무원노조에 가입돼 있고, 나머지 부처는 공무원노조의 전신인 직장협의회가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법정공휴일이 아님에도 증권·외환 등 금융시장도 휴장하는 것은 메이데이가 유일합니다.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노동자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장이 가동될 경우 금융회사는 물론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쉴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근로자와 공무원간의 차이는 동일한 성격의 업무를 나눠맡고 있는 금감원과 금감위에서 나타납니다. 금융시장이 휴장하니까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은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시장도 쉬고, 민원도 없기 때문에 굳이 근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반면 비슷한 일을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정상근무를 해야 합니다. 공무원은 그날 당연히 일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절 근무가 효율적이냐에 대한 논란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을 때 정부부처가 특별한 업무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고 중앙부처의 경우 민원처리 보다는 자체 업무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굳이 따라서 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절을 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유연하게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겠죠. 이러한 사례는 토요일 휴무에서도 발견됩니다. 정부 부처들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냥 하루 쉬는 것도 아니고 월요일 연장근무를 통해 근무시간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전체적으로 같은 토요일에만 쉬어야 한다고 합니다. 규정상 그렇다는 겁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동절이나 토요일 휴무의 경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을 이유로 어렵다며 그냥 그렇게 넘어간다"고 푸념하더군요. 일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입니다. 김진표 부총리는 총리취임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조직도 세대교체 등 시대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초점을 `인사`에 맞출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시대흐름`에 주목하며 관료사회의 오랜 관행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였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 공무원 인사에 다면평가를 도입하고, 공개모집을 확대했습니다. 그렇지만 기수위주의 인사배치는 여전했고, 공개모집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내부사람을 뽑았습니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사람이 변하지 않는 조직에서 `시대흐름`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해 보입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성급한 판단일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관료사회가 크게 변화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노는 타령`이냐고 하시겠지죠. 그렇지만 근로자의 날에도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믿음직하다`기 보다는 `뭔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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