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특별한 우리의 친구 ‘곤충’

이희삼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등록 2019-06-24 오후 12:00:00

    수정 2019-06-24 오후 12:00:00

[이희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농업연구관] 왕잠자리를 잡는 날이면 열흘 넘게 자랑했다. 그 날도 그 녀석을 잡고자 산 속 연못가를 서성이고 있었다. 누군가 외쳤다. “왕잠자리다!” 곤충채집의 대가인 동네 형은 순간 잠자리채로 왕잠자리를 낚아챘다. 그 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한참을 따라다니며 기술을 전수받고자 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누구나 이런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곤충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곤충기(bugperiod)’를 거친다고 했다. 내가 곤충을 연구한다고 하면 지인들은 곤충과의 추억을 하나 둘 고백하곤 한다. 몇 십년 전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흥분하며 말하는 것을 보면 ‘곤충기’가 정말로 있긴 있나 보다. 나 또한 한참 전에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곤충기에 갇혀 곤충을 연구한다.

인간이 속한 포유류는 기껏해야 5500여종이다. 그러나 현재 곤충학자들이 채집해서 이름 붙인 곤충은 거의 100만종에 이른다. 참으로 경이롭다. 곤충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라고 말한다.

곤충은 생태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대를 이을 수 있게 한다. 다른 동물의 주요 먹이가 된다. 대형동물 사체와 배설물, 식물의 거대몸통과 낙엽도 곤충이 있어 자연으로 환원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 그들은 과연 대자연 속에서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수많은 동거자 중 하나일 뿐일까.

왕잠자리는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대형마트의 애완동물 판매대에 장수풍뎅이와 넓적사슴벌레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애완동물 산업 시장에 곤충도 진입한 것이다. 몇 년째 계속 판매대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곤충기의 아이들과 나처럼 여전히 곤충기에 머무는 어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애완동물’은 사전에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 개·고양이·새·금붕어 따위’라고 되어 있다. 애완곤충도 곁에 두고 기르면서 즐거움이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곤충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애완곤충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고려시대에는 궁녀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귀뚜라미를 기르며 울음소리를 즐겼고 서민도 이 풍속을 따라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왕귀뚜라미 돌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의 우울감이 해소되고 인지 기능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도 있다.

곤충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끈끈하게 이어져 온 특별한 친구이다. 지금은 약 100만종중에서 적은 수의 곤충만이 애완곤충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여러 후보 종들이 대기 중이다. 대량사육법도 개발 중인만큼 앞으로 선택폭은 더 넓어질 것이다.

농진청은 지난 20~23일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서울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제3회 대한민국 애완곤충 경진대회’를 열었다. 다양한 곤충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전시, 체험 프로그램들이 고루 준비했고 서로의 애완곤충을 겨뤄 분야별 최강 곤충을 가릴 수 있는 대회도 열렸다. 많은 관객이 이곳을 찾아 우리의 오래고도 특별한 친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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