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관가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른바 ‘휴가지침’에 울고 웃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관료 마피아) 논란 속에 바짝 엎드린 공무원들은 해외여행 금지 소문까지 나돌자 술렁거렸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확대·재생산됐고, 급기야 ‘총리 훈령’으로까지 둔갑했다.
한 공무원은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공무원은 해외여행도 못 가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미 예약을 마쳤는데 난감하다”며 적잖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휴가 관련 보고를 한 뒤 일부 와전된 것 같다”며 “총리께서 직접 지시할 성질의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등도 내부통신망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현재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런 휴가 캠페인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공직이 조직 사회이다 보니 이른바 ‘윗분’들의 휴가계획이 없으면 하급 공무원들은 눈치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18일 유임 발표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여름휴가는 다른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며 “(국무총리인) 저부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