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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놈’에 몰아주는 이동걸式 구조조정…특혜인가 실리인가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이동걸식 구조조정의 3대 키워드
①될 놈 ②당근 ③쌀독에 쥐
  • 등록 2020-12-01 오전 11:01:00

    수정 2020-12-02 오전 11:53:45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특혜인가 실리인가, 아니면 둘 다 인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이 논란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은행이 최대 주주인 대우조선해양(042660)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겼다.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042670)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재벌가인 한진그룹에 넘어갈 모양이다.

이 회장은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다. 변심한 걸까?

(그래픽= 이동훈 기자)


왜 몰아주나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될 놈’에게 몰아준다는 거죠.”

1일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의 구조조정 방식은 과거 정부가 주도한 대기업 간 ‘빅딜’을 닮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 주력인 조선과 건설 기계 사업체를 추가로 흡수하고, 대한항공(003490)을 가진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떠안는다. 외환위기 당시 LG의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기고, 대우가 삼성자동차를 넘겨받기로 했던 거래와 비슷하다.

과거와 차이는 있다. 외환위기 직후 빅딜은 정부가 채권 금융기관을 동원해 기업에 강제했다. 부채를 등에 업은 재벌 기업의 과잉 투자와 내수 시장 출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빅딜은 강제력이 없다. 초점도 다르다. 경쟁 상대는 외국의 초대형 기업이다. 독자 생존이 어려운 국내 기업을 다른 대기업이 인수하게 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체격과 경쟁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기업 가치 제고에 정통한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임원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국내 동종 기업들을 하나로 뭉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PEF도 동종 업체를 추가로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쓴다.

한 회계사 출신 교수는 “대한항공은 잘 나갈 때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우량 기업이고 아시아나항공도 과거 5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냈던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회사”라며 “단순 부채비율 등 재무적 수치만 보고 불량 기업이라고 낙인찍어선 곤란하다. 코로나 국면이 지나가면 두 회사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당근인가 특혜인가

그러나 이 회장의 몰아주기에는 논란이 뒤따른다. 강제성 없는 빅딜을 성사시키려면 매수자에게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벌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시가총액 3조원 규모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투입하는 순수 현금은 4000억원가량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에 돈을 대기로 한 것도 뒷말을 낳는다.

한진그룹도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전액을 산업은행과 주주가 댄다. 산업은행이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의 신주를 매입해 3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편에 서서 재벌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대형 증권사의 기업 인수·합병(M&A) 담당 임원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M&A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항공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 과거 한진해운 청산과 같은 엄청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딜”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 것이 실리에 맞지만 외견상 조 회장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순수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소신인가 지시인가

의문은 남는다. 이 회장은 왜 이런 말 많은 빅딜을 밀어붙이느냐는 점이다. 청와대 등 ‘윗선’의 의중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을 잘 아는 채권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본인의 소신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과거 이동걸 회장은 현대상선의 경영 상황을 언급하며 “쌀독에 쥐가 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쌀독은 정부가 최대 주주인 현대상선을, 쥐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가리킨다. 정부가 떠안은 부실기업의 비효율이 심각한 만큼 민간 매각 등을 통해 혈세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이 회장이 곧잘 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아시아나항공의 1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은 이 회장에게 국가 경제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자리인 동시에 재정을 들여야 하는 짐이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한진그룹 매각은 그에게 ‘최선의 고육책’이 될 수 있다.

소신에는 책임이 따른다. 외환위기 당시 LG의 반도체 사업을 넘겨받은 현대는 업황 악화와 유동성 위기 속에 이를 다시 토해냈다. 이 회장은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이 과정을 지켜본 만큼 빅딜의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산업은행의 관리 기업이던 새한자동차를 인수한 대우도 결국 동반 부실화해 미국 GM에 경영권을 내줬다. 빅딜은 잘 될 수도 있으나 의사 결정자가 짊어져야 하는 위험도 그만큼 크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한 PEF 운용사 대표는 “현 정부를 별로 지지하지 않지만 이동걸 회장의 행보만큼은 인상 깊게 보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담당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책임을 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 회장은 이를 외면하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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