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조금은 싸가지 없어도 괜찮아

  • 등록 2018-07-12 오전 8:00:19

    수정 2018-07-12 오후 6: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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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윤호, 요즘 변했어. 예전엔 진짜 착했는데... 싸가지 없어졌어."

건너 건너 들은 얘기다. 이씨가 얼굴 좀 보자는 친구의 연락에 '피곤하다'고 거절했던 날, 친구가 다른 이에게 이씨의 험담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친구가 왜 자신을 험담했는지 이해했다. 과거엔 부탁하면 뭐든 들어줬던 이씨가 최근 들어 '거절'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절할 줄 몰랐던 그 남자 본래가 그랬다. 그에게 있어 '거절'이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행위, 미움 받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씨는 거절하지 않았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피곤하니까 쉬겠다' 말하려다가도 미안한 마음에 몰려오는 피곤함을 외면하고 술집으로 향했고, 잘 모르는 일이어도 부탁을 받으면 혼자 머리를 싸매고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피해를 조금 감수한다거나, 무조건적인 'YES맨'이 됐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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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런데 그런 이씨에게 돌아온 것은 그의 호의를 당연한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뿐이었다.

"그들은 저처럼 YES맨이 아니니까요. 제 부탁은 잘만 거절하면서 정작 제가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땐 큰 일이라도 생긴 마냥 당황해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맞춰주면서 살았구나. 그들은 나만큼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고마워하는 게 아니구나."

싸가지 없어지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누가 강요한 일은 아니잖아요. 저 혼자 남 신경 쓰느라 호구짓 한 거죠, 뭐."

그의 말대로 누구도 그에게 무조건 나오라 하고, 일을 떠맡아 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너무 의식했던 탓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호의를 베풀었던 것은 이씨 자신이었다.

호의가 반복되면서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씨는 자연스럽게 도움이 필요할 때 찾게 되는 사람이 돼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저 자신한테는 아주 나쁜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쉬어야 하는데 몸을 혹사하고, 호의를 베풀면서 혼자 스트레스 받고."

그래서 그는 조금 싸가지가 없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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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지금의 이씨는 본인이 싫은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밤중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오늘은 피곤하니까 집에서 쉴게"라고 말했고 자신이 맡은 업무 외에 일들은 유도리 있게 거절했으며, 원치 않는 회식 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지 않는다.

그랬더니 생활이 편해졌다. 비록 변했다거나, 싹수 없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매일 자신을 쫓아 다녔던 피곤함이 없어졌다. 남의 눈치를 안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줄었다.

"싸가지가 없어야 사회생활이 편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맞는 말 같아요. 남의 기분을 신경 쓰느라, 맞춰주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생활이 조금 편해졌어요. 저처럼 다른 사람 생각하느라 착하게 굴었던 분들이 계신다면 조금은 싸가지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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