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5만원권‥재래시장·환전상·경마장이 블랙홀

현금수요 많은데다, 과세 강화하자 현금 수요 급증
5월부터 5만원권 순발행 감소‥시중엔 품귀현상
  • 등록 2013-07-09 오후 5:43:49

    수정 2013-07-09 오후 7:35:55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시장 상인이 주 고객인데, 예금은 예외 없이 만원짜리로 하고, 찾을 땐 오만원권을 달라고 합니다. 만원권을 섞어 지급하면 부자들이 금고에 쌓아둬서 (은행에) 없느냐는 말을 자주 합니다.” (A 은행 동대문지점 과장)

“손님들이 보관하기 편하니 오만원 권을 선호합니다. 요즘은 은행에서 풀지 않으니 우리도 5만원짜리를 구하기 어려워요. 부자들의 비자금 루트란 말이 돌지만 은밀하게 이뤄질 테니 우리야 알 수 없죠.” (남대문 시장의 한 환전상)

올 들어 최고액권인 오만원짜리 화폐가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발권 당국과 금융권에서는 현금거래가 잦은 재래시장과 환전상 등이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지목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오만원권이 지하경제로 숨어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오만원권 순발행액(발행에서 환수액을 뺀 수치)은 4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늘었다. 반면 환수율(한은으로 되돌아오는 돈의 비율)은 50%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오만원권이 많이 풀렸지만, 한은으로 돌아오는 돈 규모는 줄었다는 뜻이다.

한은과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은에서 은행으로 나간 오만원권은 올 상반기 재래시장, 환전상, 경마장, 공단 인근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풀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평소에도 현금수요가 많은 곳이고, 또 통상 경제규모가 커지면 고액권 수요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은 예년과 비교해도 고액권 수요가 너무 가파르게 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란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 지역에서 고액권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올 초 북핵 사태가 불거지며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졌고, 정부가 세수를 늘리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고 강조한 게 복합적으로 맞물린 영향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정도다. 대내외 상황이 불안하기도 하고, 과세당국이 세원을 포착하기 어려우니 현금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화폐 수급을 책임지는 한은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은 꼬리표가 없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만원 권 수요가 예상치 못하게 가파르게 늘자 한은은 사실상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뭉칫돈이 지하경제에 유입될 가능성을 있으니, 화폐 수급을 책임지는 한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만원권을 과도하게 지급하지 말아 달라며 시중은행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러면서 5월 이후 순 발행 중가 규모는 한풀 꺾였지만, 시중에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다른 한은 관계자는 “오만원권 수요도 계절성이 있기 때문에 5~6월로 접어들면 순 발행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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