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거니까 방빼"..거짓말 집주인, 수천만원 배상

실거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 거부한 임대인
알고보니 더 비싼 임차인 들이려고 한 거짓말
임대인 이익과 임차인 손해만큼 배상하라는 판결
  • 등록 2023-03-23 오후 2:13:59

    수정 2023-03-23 오후 2:29:1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임대료를 올려받으려고 기존 세입자에게 ‘내가 살 것’이라고 거짓말 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아파트 단지.(사진=이미지투데이)
23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창원지법 서아람 판사는 임차인 A씨가 이전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임대인은 A씨에게 15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6월 경남 창원시에 있는 임대인 소유 아파트를 보증금 5000만원과 월세 50만원 조건으로 2년간 임차했다. A씨는 계약 만료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계약을 갱신하고자 했으나 임대인은 자신이 실거주할 것이라고 계약 종료 의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월세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월세를 120만원으로 올리면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두 배 이상 오른 월세가 부담돼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사할 집을 찾던 A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가 임대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자초지종을 묻고자 임대인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다른 집을 구한 뒤에 이전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전입세대를 열람해봤다. 전입 신고자는 임대인이 아니라 다른 이였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청구한 금액 전부를 인용해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계약 갱신 청구권은 2020년 8월 도입됐다. 임차인이 원하면 한 차례는 2년을 더 계약을 갱신하는 게 골자다. 짧은 계약기간과 이후에 오르는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자 도입했다.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려면 자신이나 가족이 실거주해야 하는 등 조건이 붙는다. 거짓이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구에 사는 B씨도 비슷한 사례다. B씨는 2021년 11월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살던 아파트의 계약을 갱신하고자 했으나, 임대인은 “아들이 결혼해 이 아파트에 살 것”이라며 갱신을 거절했다.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실거주’ 조건에는 임대인뿐 아니라 직계 존비속도 포함된다.

B씨는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그리고 새집으로 이사를 닷새 앞둔 시점에 임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들이 살지 못할 사정이 있어서 아파트를 다른 이에게 임대했다는 소식이었다. 임대인이 맺은 계약은 1억8000만원으로 전보다 4000만원 올랐다.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28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 서부지원 김정일 판사는 지난해 12월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단 소속 배호창 변호사는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거짓으로 실거주를 주장하며 임차인을 내보내면 임대수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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