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 대통령의 걱정스런 친서민 행보

  • 등록 2010-07-22 오후 6:07:36

    수정 2010-07-22 오후 6:07:36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캐피탈 회사의 이자율이 사채이자에 버금가며, 사회정의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민들의 대출애로 해소를 위한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해 대출 상담과정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캐피탈 이자율이 40~50%에 이른다는 설명을 듣고 "이자가 너무 높다. 사채이자나 일수이자가 아니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금융위원장의 설명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통상 캐피탈 이자율은 취급수수료를 다 합하더라도 40%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 이날 현장에서 거론된 캐피탈사의 최고 이자율은 39.5%로 50%와는 거리가 멀다.

"큰 재벌이 이자를 일수이자처럼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맞지 않다"라는 대목도 정서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질서 확립과는 배치된다. 법정이자율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캐피탈 회사들을 결과적으로 모두 정의롭지 못한 집단으로 매도한 꼴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그룹 미소금융에서 돈을 빌려서 같은 그룹 캐피탈에 갚는 걸로 해봐요"라는 조언 역시 미소금융의 기본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미소금융은 기본적으로 다른 부채나 대출상환용이 아닌 창업과 운영자금 목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내가 현장을 제대로 몰랐다"라고 스스로 시인한 것처럼 이날 미소금융 현장방문은 급조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잘 알려진 대로 당초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 안건으로 예정됐던 부동산대책 논의가 연기되면서 부랴부랴 `친서민 이벤트`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날은 통상적인 비상경제대책회의와는 달리 안건보고나 발표 없이 주로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캐피탈의 이자율이 시장에서 형성된 일종의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통상 대기업 캐피탈의 채권조달 금리는 5~6%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 말대로 5%로 자금을 조달해 40%에 빌려주는 것만 놓고서는 사채 수준의 폭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자율은 대손율, 즉 떼일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된다.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낮출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출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양성적으로 투명하게 서민에 대출해줄 금융회사는 사라질 것이다.

물론 캐피탈사의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이자율을 조금 더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는 있지만, 이같은 압력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닌 시장경쟁에 의해야 한다. 이날 이 대통령의 지적은 극단적이고, 즉흥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집권 후반기 `친서민` 화두에 전념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향후 각종 정책 추진과정에서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지지율을 지나치게 의식해 `서민코드`에 매몰될 경우 이 대통령이 스스로 강조해온 법질서와 시장경제에 배치되는 논리적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대책 발표연기 역시 한편으로는 타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제논리보다는 정무적 판단(친서민, 재보궐선거)이 우선했다는 점에서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서민과 중산층, 약자를 위한 친서민 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접근은 오히려 서민과 약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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