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없는 대국민 사과…SPC, 정말 '진정성' 있었나[현장에서]

21일 허영인 SPC 회장 평택공장 사망 관련 대국민 사과
사과문과 재발방지 대책만 낭독 후 질의응답 없이 퇴장
SPC "변명, 해명 늘어놓는 모양새 우려…사과에 집중"
일방적 전달에 사과 진정성 의문…질타·지적도 수용해야
  • 등록 2022-10-21 오후 3:56:12

    수정 2022-10-21 오후 4:00:57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SPC 계열 SPL 경기 평택공장 직원 사망사건과 관련,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자리에 모인 수십여명의 취재진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곳곳에서 “질의응답도 안 받고 하고 싶은 말만 할 거면 서면으로 대체하지, 뭐하러 당일 아침에 불러서 기자회견을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취재진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에 시위를 나온 시민단체연대도 “질문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기만행위”라고 언성을 높이며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SPC가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 긴급 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빈축을 사고 있다. 형식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협조’였지만 사실상 민감한 질문은 원천 차단하겠다는 ‘통보’로 받아들여졌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지난 15일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회사는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략)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략)”

사전 통보한 대로 허영인 회장은 현장에서 준비해 온 사과문만 낭독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외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어 황재복 SPC 총괄사장 역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고 발생 이틀이 돼서야 허 회장이 성명을 통해 첫 사과를 한데 이어,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이날 ‘대국민 사과’를 내세운 SPC의 첫 공식 기자회견은 기대와 달리 30여분 만에 짧고 허망하게 끝이 났다.

이렇다 보니 인명 사고와 관련해 SPC의 대처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느냐에 대한 지적이 따른다. 사업장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늑장 사과와 미숙한 후속조치로 비판이 쏟아지며 급기야 SPC 전 브랜드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도 이러한 ‘반쪽짜리’ 후속 대처를 보였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는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SPC는 절대 소비자와 언론을 기만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며 “질의응답을 하다 보면 자칫 변명과 해명을 늘어 놓는 꼴이 될 수 도 있고, 비판을 감내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또 책임을 통감하는 막중한 사안인 만큼 고인과 유족, 국민들에 대한 사과에 우선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는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아픈 지적과 때론 질타를 받더라도,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와 진솔한 대화가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진심이 전달된다.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날 허 회장의 사과문 중 유독 눈에 밟히는 대목이다. 유가족과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슬픔을 헤아리고 보듬어 줄 수 있도록 SPC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답은 자신에게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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