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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발탁되자 한국을 떴다.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묵묵히 준비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 전 원장이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외곽에서 준비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청와대 주요 참모진 인사 전에도 얼마든 출국의 기회가 있었다.
여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은 양 전 원장을 비롯해 최재성 정무수석 등 측근 중 특정 인사가 비서실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 대해 굉장히 경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초대 임종석 비서실장에 이어 노영민 비서실장까지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 인사들이 중책을 맡았는데 임기말 다시금 최측근에 대한 기용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카드다.
유영민 실장 발탁 이후 청와대가 집권 5년차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정무적 판단과 거리를 두고 통합과 소통, 포용 등에 무게를 두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유 실장은 과기부 장관 재직 당시 내각을 ‘형님 리더십’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화합의 역할이 문 대통령에게 띄였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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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양 전 원장은 민주연구원장 재직 시절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심야 회동을 해 논란을 샀던 바 있다. 이후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실장 등을 두루 만났다. 이번 미국행을 앞두고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최재성 정무수석과도 만찬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간판이 있었지만 당대표는 커녕 국회의원조차 앉아보지 못한 양 전 원장이 대선주자급 주요 정치인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의 정치적 역량을 보유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인사철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 같은 영향력의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 전 원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끝내 청와대 입성이 좌절된 데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그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측근 인사를 경계하며 최측근인 노영민 실장을 정부 초기에 주중국대사로 발령했지만 결국 다시 불러들여 비서실장의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신뢰’가 중심이다.
양 전 원장에 대한 뚜렷한 내부 비토 목소리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것이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40년 지기인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날선 비판이다. 손 전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을 지킨다고? 양정철이?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고 원색적인 언어로 힐난했다. 지난 3월에는 “양정철이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일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 같은 뚜렷한 저격에는 내부 반대 목소리가 십분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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