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효과도, 건전성도 놓친 재정운용…기재부 개편 최우선"

`민간 재정 씽크탱크`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예산권 쥔 기재부, 모든 사업 관여하니 혁신 못해"
"찔끔 지원에 건전성 논란 키운 추경, 큰그림 부재 탓"
"기획과 예산기능 분리해야 효과적 재정운용 가능"
  • 등록 2022-03-07 오후 1:27:36

    수정 2022-03-07 오후 9:50:17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제대로 된 재정 운용을 위한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는 기획재정부 개편입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이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원다연 기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정 소장은 199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국회예산정책처 자문위원 등을 거치며 25년째 예산 감시 활동을 이어온 예산·재정분야의 전문가다. 지난 2011년부터 재정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나라살림연구소를 세워 운영해오고 있다.

정 소장은 “기재부는 우리 경제가 가야 할 큰 방향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그 방향으로 혁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예산권을 쥐고 모든 사업에 관여하려고 하니 어떤 사업도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 흔히 복지부문에서 새고 있는 돈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만, 경제부문에서 효과성 없이 쓰이고 있는 돈이 그 규모도 훨씬 크고 많다”며 “예를 들어 한계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사업 같은 것들이 그 예지만, 이런 사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가 잘 지적되지도, 혁신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큰 틀에서 어떤 수준의 복지체계를 가진 경제로 나아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에 맞는 지출 조정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 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반복되고, 그 과정마다 지출 규모 확대와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당정 간 논쟁이 계속된 것 역시 기재부의 경제 전반에 대한 기획적인 시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독일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채무 제한 조항을 명시한 헌법까지 개정하지 않았나”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큰 그림 없이 찔끔 찔끔 지원을 반복하면서 결국 지원에 대한 효능감도 높이지 못하고, 재정건전성과 지출 확대를 놓고 논쟁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기재부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맞게 재정 운용을 하기 위해선 기획 기능과 예산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차기 정부에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처럼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체제로 다시 분리하는 것이 맞다”며 “예산처는 이전처럼 국무총리실 산하로 두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에서 개별 사업들의 예산 낭비를 감시하고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예산 관련 업무를 시작했지만, 그 일을 하면 할수록 결국 재정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선 개별 사업의 문제를 넘어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아울러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으로 이어진 세수 추계 오차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세수 추계 오차가 크게 난 것도 결국 기재부 내부적으로 알아서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외부 검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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