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단종애사

  • 등록 2003-11-27 오후 6:45:35

    수정 2003-11-27 오후 6:45:35

[edaily 지영한기자]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더욱이 조카며느리와 시숙간 다툼이라 세간의 관심도 큽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정치권과 부안 사태등이 대립과 갈등이 예사롭지 않는데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극한 대립은 국민들에게 걱정과 짜증만 안겨줄 뿐입니다. 산업부 지영한 기자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을 짚어봤습니다. 조선시대 왕릉중 혹시 광릉(光陵)과 장릉(莊陵)이란 곳을 아시는지요. 광릉은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잡고 있는데, 광릉수목원하면 금방 떠 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장릉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아마 동강(東江)을 끼고 있는 강원도 영월에 있는 왕릉이라고 하면 `아하! 거기` 하실 것도 같습니다. 제천을 지나 자동차로 3~40분 가량 달리다 보면 영월 초입에 있는 소나기재를 넘게 되는데요, 고개를 넘자마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 그 사이에 봉긋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 바로 장릉입니다. 그렇다면 광릉과 장릉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물리적인 면에서 본다면 광릉은 조선시대 왕릉이 그랬듯이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장릉은 왕릉치고는 서울과 너무 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두 능에는 이런 차이도 있습니다. 광릉의 경우엔 무덤의 주인이 빼어난 주변경치에 반해 살아 생전 자기가 직접 묘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반면 장릉의 주인은 자기가 그 곳에 묻히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 정도의 소개라면 광릉과 장릉이 누구의 묘인지, 왜 두 무덤의 연관성을 찾으려하는지 대충은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잘 알려진대로 광릉은 조선시대 7번째 임금인 세조가 묻여있는 곳입니다. 세조는 성군인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이라선지 임금 재위기간 동안 군제를 정비하고 국방을 강화하고 토지제도와 관제를 개혁하고, 활발한 서적편찬을 도모하는 등 많은 치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임금자리에 오르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린 조카인 단종을 내쫓고 왕이 됐고, 후환을 없앤다며 귀향보낸 단종을 끝내 죽이기까지 했으니까요. 장릉은 다름 아닌 단종이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 아버지인 문종이 죽자 12살의 어린 나이로 임금에 올랐지만,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내놓고 영월로 유배와 17살에 죽음을 당했죠. `단종애사`의 줄거리죠. 사실 필자의 고향이 영월입니다. 때문에 남들보다는 `단종애사`에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죠. 어려서부터 경험한 단종제(단종을 넋을 기릴 목적으로 한식무렵 3일간 진행하는 제사)는 이러한 관심을 부추키기에도 충분했죠. 요즘도 어쩌다 단종이 머물렀던 영월 인근의 청령포(남쪽이 절벽이고 동북서는 물로 막혀있음)에 가보곤 하는데, 늘 그렇듯 발길을 돌릴 때는 측은한 마음이 꽉 차있죠. 저를 포함한 영월 주민들은 세조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조카를 죽이고 왕권을 찬탈했으니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세조보다는 수양대군이란 호칭이 몸에 배어있고, 반대로 단종은 꼭 `단종대왕`이라고 합니다. 요즘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을 단종으로, 현 회장의 시숙인 정상영 KCC 회장은 수양대군으로 묘사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문종이 죽자 정사를 잘 모르던 단종으로부터 수양대군이 왕위을 빼앗았던 500년전 상황이 재연되려하고 있다는 얘기죠. 과연 그럴까요. 정상영 회장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아 자기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내친 김에 현정은 회장과 그 가신들은 물론이고 불씨를 남겨놓지 않겠다는 식으로 증조카들까지 모두 내치는 수순을 밟게 될까요. 현정은 회장을 옹호하는 쪽에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할 겁니다. 반대편에 서 있는 KCC측에선 억지이자 논리비약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겠죠. 어느 편도 아니고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돈 앞에 인정사정이 어디있고 삼촌 조카가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어떻든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오래도록 질질끌까봐 걱정스럽습니다. 한동안은 언론지면을 통해 싸우더니만 지금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 치고받을 모양새입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고, 한치의 양보도 없다보니 소위 `치킨게임`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나 시숙과 조카며느리간의 싸움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로 인해 극적인 재미를 준 것도 사실이지만 하루하루 세상 살기가 벅찬 보통 국민들에겐 차츰 남의 집 `밥그릇 싸움`이 유쾌하지만은 않아보입니다. 특히 현실은 어떻습니까.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잖습니까. 사사건건 갈등과 대립에 휩싸일 뿐입니다. 때문에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회장은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경영권 분쟁을 원만히, 그것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이러한 민심을 짓밟고 경영권을 차지한다면 양측 누구나 수양대군이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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