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달러 중반대 또 오른다…러·사우디發 '유가 쇼크'(종합)

주요 국제유가 모두 90달러 중반 추가 상승
러·사우디 감산 충격에 리비아 홍수 악재도
유럽서 스태그 공포감…연준 금리 또 올릴까
  • 등록 2023-09-15 오후 5:43:49

    수정 2023-09-15 오후 5:44:2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또 올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여파에 유가가 어느덧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예기치 못한 대홍수 악재까지 터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반등을 넘어 일각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까지 나오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제공)


국제유가 어느덧 100달러 근접

1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장중 배럴당 91.15달러까지 오르고 있다. 전날 배럴당 90.16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9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재차 치솟고 있는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94.63달러까지 뛰고 있다. WTI 가격과 마찬가지로 전날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93.70달러로 마감한 이후 90달러 중반대로 올라섰다.

앞서 전날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93.84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90달러 중반대로 100달러선에 근접했다.

올해 5~6월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나 했던 유가가 갑자기 치솟는 것은 공급 부족 탓이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이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OPEC+의 리더는 사우디와 러시아다. 두 나라는 미국과 함께 원유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동시에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또 다른 주요 산유국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까지 있다. 사실상 전 세계 원유 공급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는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배럴, 올해 4월 하루 166만배럴 각각 감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7월부터는 자체적으로 하루 100만배럴 생산을 줄여 왔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탓에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많음에도 유가가 치솟는 것은 ‘사우디 파워’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날 보고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올해 4분기까지 상당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벤 케이힐 선임연구원은 “OPEC+ 감산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상당한 공급 부족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게다가 OPEC 회원국인 산유국 리비아마저 대홍수 여파로 원유 수출항 네 곳을 폐쇄했다. 투자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원유 수요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난다면 유가는 100달러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사우디 감산에 스태그 공포

문제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푼다고 해도 유가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는데 있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전략비축유를 푸는 식으로 고유가에 대응해 왔으나, OPEC+의 공급량 조절보다는 시장 영향력이 떨어졌다. 가장 빠른 길은 미국이 사우디를 설득하는 것인데, 최근 두 나라 사이가 매우 껄끄럽다는 점에서 이는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아예 미국을 ‘적’으로 간주할 정도다. 여기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까지 걸려 있다. 사우디 자체적으로도 최소 유가 80달러 이상을 유지해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유가 안정 해법이 이래저래 ‘고차방정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가라앉나 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꼬리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각종 인플레이션 지표가 반등하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급등했다. 지난해 6월(0.9%) 이후 최대 폭이다. 월가 예상치(0.4%) 역시 웃돌았다. 근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로 자리 잡나 했는데, 국제 정세 여파에 유가가 치솟자 곧바로 물가도 오른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월가는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유가 폭등을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시하고 있는데, 만에 하나 매파적으로 발언할 경우 ‘11월 인상론’이 빠르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

더 고민이 큰 곳은 유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 탓에 예상을 깨고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그러나 ECB는 “주요 금리를 충분히 긴 기간 동안 유지한다면 인플레이션을 적시에 목표치로 되돌려 놓는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금리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비둘파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평가다.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을 비롯해 침체 우려가 워낙 큰 탓이다. 일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감까지 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수석경제고문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바람이 세계 경제 대부분 지역에 불어오고 있다”며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보다 유럽에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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