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뮤지컬은 가고 버추컬이 온다

  • 등록 2003-03-11 오후 5:25:35

    수정 2003-03-11 오후 5:25:35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뉴욕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중에서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에 명물입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명성과 달리 요즘 브로드웨이에는 뉴욕의 차가운 겨울 바람 만큼이나 무서운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에서 공동락 기자가 전합니다. 흔히 미국인들이 하는 얘기로 연방 정부의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전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미국인들 특유의 자화자찬 혹은 잘난 척이라며 불쾌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입장에서 일부 공감이 가는 내용도 없진 않습니다. 뉴욕이 전세계의 수도라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월스트리트의 막강함이나 맨해튼의 화려한 야경처럼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깔려있지는 않습니다. 인종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고 영어가 아닌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소통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특별히 흠잡지 않는 다양성이란 잣대가 인정되는 곳. 혹자는 이를 일컬어 미국 속의 지구라는 표현으로 그 의미를 확대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뉴욕이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 느낄수 없는 "뉴욕스러움"을 가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합니다. 그리고 뉴욕이 전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브로드웨이, 재즈, 쥴리어드음대,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그리고 소호의 이름 모를 크고 작은 갤러리로 대변되는 문화의 중심지라는 사실입니다. 실제 뉴욕에 오래 사셨던 주위 분들에서 여쭤보면 뉴욕커로서의 자부심은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수많은 공연과 전시회를 보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을 접할 때라고 합니다. 아마도 잔치를 벌린 주최측의 입장에서 손님들이 흥겹게 즐기다는 모습을 볼 때의 뿌듯함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뉴욕커들이 가장 성가시게 느끼는 존재가 관광객이라는 설문 조사 자료가 있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뉴욕의 여러 문화 코드들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뮤지션과 배우들의 파업으로 지난 1960년 이후 처음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원래 브로드웨이는 뉴욕 맨해턴 남단의 배터리파크에서 북단으로 통하는 대로를 일컫는 말로 주변에 뮤지컬을 포함한 각종 극장들이 많아 이제는 뉴욕의 공연 문화를 일컫는 추상명사로 그 의미가 바뀐 단어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내일을 꿈꾸며 동경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뮤지션, 배우들의 파업. 언뜻 보기에는 쉽게 연상이 되지는 않지만 그 내막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현재 좀처럼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못하는 미국 경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예술도 배고프면 소용없다"는 말을 다시금 생각나게 합니다. 지난 겨울 브로드웨이는 사상 유래가 없는 혹한을 겪었습니다. 80년만에 추위라는 물리적인 날씨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의 침체로 관객수는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원래 브로드웨이의 공연이라는 것이 겨울이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지난 겨울은 유난히 그 정도가 심했고 그 결과 많은 극장들을 관객수를 매우기 위해 대규모 할인 정책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봄이 오면 경기가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 주식시장의 침체 등으로 다시 불안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그래서 뮤지컬 제작자들이 내놓은 고육책은 라이브 음악이 아닌 녹음된 음악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버추얼 오케스트라"의 도입이었습니다. 즉 뮤지컬 공연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인력을 "구조조정"한다는 것입니다. 제작자 측은 버추얼 오케스트가 단순하게 녹음된 테잎을 배경음악으로 틀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개별 악기의 음색을 디지털화해 따로 따로 녹음한 다음 컴퓨터 키보드 로 조작해 실제 라이브 공연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또 버추얼 오케스트라가 이미 뉴욕시티발레단 등 많은 공연에서 실제와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라이브 만을 고집하는 것이 공연의 수준을 높히는 방법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작자 측은 비용에서도 버추얼 오케스트라의 도입은 가히 파격적이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단 25명에게 소요되는 비용은 매주 약 3만~4만달러인데 비해 버추얼 오케스트라는 초기의 설치비용이 4만~7만달러에 매주 1500달러면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뮤지션이나 배우들은 뮤지컬 공연의 생명과 같은 라이브 음악이 아닌 기계음으로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수 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결국 파업이라는 극약처방을 단행했습니다. 뮤지션들은 또 한걸음 더 나가 제작자 측 역시 라이브 음악의 중요성을 절감하지만 버추얼 오케스트라를 무기로 연봉 협상을 비롯한 뮤지션들과의 각종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출연자인 하비 피어스타인은 "버추얼 오케스트라는 분명히 라이브 음악이 아니다"라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들어서 틀어준다며 롤러스케이트장이나 다를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기계음이 반복되는 극장에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갈 이유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아직도 브로드웨이의 파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또 멀리서 공연을 보기 위해 달려온 관객들은 표를 샀던 박스 오피스에서 또다시 환불을 위한 긴 줄을 늘어서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양측의 견해를 정확하게 알고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둘 만큼 뮤지컬 매니아도 아니구요.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만약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라이브가 아니라면 수많은 관객들이 구태여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뉴욕까지 가서 공연을 관람할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왜냐구요? 그것은 아마도 그 공연이 뮤지컬이 아닌 "버추컬(버추얼+뮤지컬)"로 이미 업종이 변경됐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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