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논란' 유업계의 빈약한 성인지감수성

[기자수첩]
미백과 다이어트는 여성에게, 건강은 남성에게
후진적인 인식 만연한 와중에 터진 서울우유 사태
생존기로에서 소비자 외면하며 소비자 선택은 요원
  • 등록 2021-12-09 오후 2:14:21

    수정 2021-12-09 오후 9:31:18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여자는 뽀얗게, 남자는 튼튼하게”

유업계 광고는 남녀를 유난하게 구분한다. 우유를 마시면 미백과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는 여성 모델이 맡는다.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해진다는 점은 주로 운동선수나 건강미 넘치는 모델이 소화한다. 대개 남성이다. 우유의 좋은 효능이 성별을 가리는 것도 아닌데 별스럽기까지 하다.

2018년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선녀와 나무꾼’ 광고에서 살이 쪄서 허리가 변해버린 선녀 역할을 맡은 가수 홍진영씨.(사진=위원회 광고 캡쳐)
이런 인식은 낙농가를 대표하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우유 홍보 영상에서 쉽게 읽힌다. 2018년 `선녀와 나무꾼` 광고는 `살이 찐 선녀가 우유를 마시고 체중을 줄여 하늘로 돌아간다`라는 내용이다. `(살쪄서) 변해버린 허리와 얼굴`을 지적받는 선녀 역할을 가수 홍진영씨가 맡았다. 2013년 광고는 걸그룹 씨스타가 나와서 우유를 마시면 `뽀얗고 날씬해진다`고 알린다. 춘향이 대신 이몽룡과 연인이 되는 향단이는 우유를 마시고 예뻐진 덕이라는 광고도 있다.

배우 유연석씨(2017년), 방송인 강호동씨(2010년), 운동선수 박지성씨(2012년)와 박태환씨(2009년)가 우유 효능을 건강 측면에서 알리는 광고에 등장한 것과 비교된다. 위원회는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설립한 법정단체다.

다이어트와 소개팅, 시험 성적으로 걱정하는 20대 여성을 모델로 한 2018년 서울우유 비요뜨 광고.(사진=서울우유 유튜브 캡쳐)
업계 인식이 이러하니 서울우유 같은 광고 논란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을 테다. 서울우유는 젖소를 여성에 빗댄 광고 이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사과했으나 과거 광고까지 문제로 부상하면서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2018년 서울우유 비요뜨 광고 모델은 `소개팅 남성에게 거절당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성적이 나쁜 20대 여대생`이었다.

유업계는 우유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 위기감을 호소한다. 변하는 게 살길이건만 여전히 인식은 후진적이다. 여성에게 `미모`를, 남성에게 `근육`을 요구해서는 언제든 제2의 서울우유가 나올 것이다. 소비자를 차별하면서 소비자 선택을 바라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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