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대미(對美) 경제정책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서명하는 등 보호무역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정부는 태연하기까지 하다.
골드만삭스가 ‘트럼프 무역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라고 지적하는 와중에도 기재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아직은 우리 예상범위에 들어온다”며 “추가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TPP 탈퇴에 대해서도 “한국은 TPP 후발주자로 참여를 검토했기 때문에 TPP가 폐기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TPP 참여 12개국 중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으므로 TPP가 안 되면 상대적 우위를 향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했다고 이해해 달라”는 모호한 설명을 내놨다.
그는 다른 주요 대미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필요시 범부처 대표단 방미를 추진하겠다” “현재 단계에선 어떻게 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는 모니터링하면서 준비중이다” “자세한 프로세스는 잘 모른다” 등 구체적인 대응책이나 일정을 제시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발언만 했다.
대중(對中)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재부는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 조치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 공식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51쪽에 달하는 대외경제 정책방향 발표문에는 ‘사드’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 취소 사태에 대해서도 기재부 관계자는 “조수미 씨와 백건우 씨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인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 중국이 속 좁게 (공연을) 불허했다는 것이 과연 중국 이미지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따질 일은 아니다”라고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G2 리스크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진승호 기재부 대외경제국장은 “상대국이 있어서 우리의 전략과 입장을 다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시간이 지나면 구체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