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전 경복궁 밝힌 에디슨전기 찾아내다

우리나라 최초 전기발전소터 경북궁서 찾아
향원지 남쪽 영훈당 북쪽 사이 '전기등소' 확인
美 에디슨전기회사가 세워
1887년 1~3월쯤 최초 점등
아크등 사용 흔적 등
전기 관련 유물 다수 출토
  • 등록 2015-05-27 오후 2:43:52

    수정 2015-05-27 오후 3:26:50

경북궁 영훈당터 내 전기등소 전경(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조선 말기 궁궐을 환하게 밝혔던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터가 경복궁에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경복궁 흥복전 권역 영훈당터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이자 전기발상지인 ‘전기등소’(電氣燈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기라는 근대 서양문물이 조선에 어떻게 들어오고 궁궐 내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 수 있는 근원이 밝혀지게 됐다.

경복궁 위치도 북궐도형(자료=문화재청).
▲영훈당터서 ‘전기등소’ 확인

경복궁 흥복전과 향원지 사이에 위치한 영훈당은 내각회의와 경연, 외국공사 접견 등 왕의 편전으로 사용하던 흥복전의 부속 전각이다. 고종 연간에 건립했지만 일제강점기인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을 중건하기 위해 경복궁 내 여러 전각을 헐어낼 때 흥복전 등과 함께 철거됐다.

이번 발굴은 대한민국 전기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중대하다. 우선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62.5㎡(약 19평) 규모로 세워졌던 전기등소의 위치가 기존 ‘한국전기백년사’(한국전력공사·1989)에서 밝힌 것과 다르고, 백열전구가 아닌 아크등(arc lamp)이 사용된 흔적을 찾은 것도 특이점이다. 전기등소의 정확한 위치도 향원지 북쪽과 건청궁 남쪽 사이라는 추정을 뒤집고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 북쪽 사이로 확인됐다. 전기등소에서는 여러 유물이 출토됐는데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炭庫)와 발전소터 등 각종 유구를 비롯해 아크등에 사용했던 탄소봉, 1870년이라고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들이다.

▲1887년 미국 에디슨전기회사가 세워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의 건의에 따라 1884년 미국 에디슨전기회사와 전등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이후 1886년 11월 전등기사 매케이(McKay)를 초빙, 1887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를 완공했다. 발전규모는 양초 16개 밝기의 16촉광(燭光)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을 정도. 최초 점등일은 1887년 1~3월경으로 추정된다.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을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향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전기를 생산해 ‘물불’이라 불렸다”며 “불안정한 발전시스템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한다고 ‘건달불’이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조사에 대해 민병근 전기박물관 학예사는 “우리나라 전기도입 과정이 비로소 정확하게 확인됐다”면서 “전기 등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 개화하려는 고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병목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장은 “전기등소의 정확한 위치가 규명되고 백열전구가 아닌 아크등의 사용흔적이 확인됨에 따라 국내 전기발전사의 연구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면서 “조사결과는 문화재청에서 추진 중인 ‘경복궁 복원정비사업’에 따른 경복궁의 원형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복궁 영훈당터 일대에서 출토된 전기 관련 유물. 탄소봉, 깨어진 아크등과 소켓, 절연체(사진=문화재청)


▲경복궁 복원정비사업 성과와 일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 위치 발견은 지난해부터 시행한 경복궁 흥복전 권역 복원에 따른 것이다. 경복궁 복원정비사업은 1984년 ‘조선왕궁의 복원 정화 및 관리개선’과 1990년 ‘문화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는 일제강점기 변형·훼손된 경복궁의 주요 전각과 지형에 대한 체계적 복원과 정비를 통해 법궁의 위상을 회복하고 역사교육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

1차 복원정비사업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총 1571억원을 들여 20년간 진행됐다. 핵심사업은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비롯해 경복궁의 중심축 선상의 주요 전각인 광화문·흥례문·강령전·교태전 등 복원. 전체적으로 광화문 등 전각 89동을 복원했고 어구 및 궁장을 정비했다.

2차 복원정비사업은 2011년부터 2030년까지 다시 20년 간 진행한다. 총 5400억원을 투입, 254동의 건물을 복원하고 102동 초석을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그중 1단계 사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소주방, 흥복전 등 궁중생활권역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 건물 56동의 복원을 추진 중인데 2015년 5월 현재 17동, 약 30.4%가 진행됐다. 이후 2단계(2013∼2020)는 궐내각사 등 궁중통치권역, 3단계(2019∼2022)는 동궁 등 제왕교육권역, 4·5단계(2021∼2025·2022∼2027)는 혼전과 선원전 등 궁중의례권역, 6단계(2026∼2030)는 군사관청 및 내사복 등 궁중군사권역을 순차적으로 복원한다.

경복궁 영훈당터 조사구간 전경(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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