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 입었더니 온몸 들썩…촉감형 메타버스 느껴봐요”

비햅틱스 햅틱조끼 '택트슈트·글러브' 써보니
40개 모터로 세심한 진동, 손끝 감촉도 실감
해외 경쟁사대비 저렴한 60만원대 가격 강점
매출 중 75%가 해외, 스팀 VR게임 대부분 지원
곽기욱 대표 "메타버스 다음은 촉각, 햅틱 중심"
  • 등록 2022-02-23 오후 2:35:55

    수정 2022-02-23 오후 8:53:52

기자가 비햅틱스 본사에서 이 회사의 햅틱조끼 ‘택트슈트’와 햅틱장갑 ‘택트글러브’를 낀채 VR 속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대전=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드르륵 드르륵.’ 마치 배트맨 슈트처럼 생긴 ‘햅틱(Haptic·촉각)조끼’를 입자 순식간에 다양한 패턴의 진동들이 온몸을 휘감았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와 함께 착용한 햅틱조끼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가상현실(VR) 세계에서 전달하는 다양한 타격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실제 HMD를 쓰고 눈앞에 보이는 ‘Explode’(폭발)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가슴 팍에서 ‘퍽’하며 터지는 듯한 진동이 울렸다. 폭탄을 맞아본 적은 없지만, 정말 폭발에 휘말린다면 이런 느낌에 가까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선택한 ‘Horse’(말) 코스는 마치 승마를 하듯 위아래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진동감이 일정한 패턴으로 전달됐다.

‘햅틱장갑’도 사물을 쥐거나 쓰다듬는 행동에 따른 촉각을 구현했다. 햅틱장갑을 낀 채 화면 속 고양이를 쓰다듬으니 깊고 얕은 진동들이 파동을 이루며 손끝에 가상의 촉감을 전달했다. 고양이의 모습과 소리, 그리고 촉각이 한데 어우러지며 VR의 실재감을 한층 극대화한 모습이다. 진동의 패턴이 일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원형으로 퍼지거나, 안으로 모이는 등 다양하게 설정돼 더 실감났다.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다양한 음을 햅틱조끼내 진동을 통해 느낄 수도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앞뒤로 각기 다른 진동…VR ‘몰입감’ 증폭

23일 대전 유성구 KT 대덕2연구센터에 있는 국내 햅틱기기 전문업체 비햅틱스를 방문했다. 비햅틱스는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최근 글로벌 VR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다. 카이스트(KAIST)에서 뇌과학 분야 박사 학위를 딴 곽기욱(35)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비햅틱스 창업 초기때만 해도 햅틱기기 시장은 기존에 없던 영역이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곽 대표는 “가장 위험하지만 성공시 세상에 가장 가치가 있을 만한 아이템을 선택했다”며 “박사 과정 중 우연하게 만든 게임 속에서 진동 수준의 햅틱 기술이 더해지면 더 몰입감이 커진다는 것을 깨닫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비햅틱스의 햅틱기기는 처음부터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6년 당시 글로벌 VR 시장을 이끌던 대만 HTC로부터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받는데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2년 반 정도 연구개발에 매달려 2017년 9월 햅틱조끼 ‘택트슈트’(모델명)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글로벌 햅틱기기 시장은 일부 업체들이 기기들을 선보이긴 했지만, 촉각의 핵심인 모터의 수가 적어 실재감이 덜했고 가격도 높은 편에 속했다. 서브팩, 우저, 테슬라슈트(전기자극) 등이 대표적인 해외 업체들이다. 비햅틱스는 타사와 달리 코딩을 통한 진동 커스터마이징,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우며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갔다. 인기 척도인 PC게임플랫폼 ‘스팀’의 ‘VR 톱 셀러’ 상위 15개 게임 중 6개가 비햅틱스 햅틱기기를 지원하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곽 대표는 “과거 해외 업체들의 햅틱조끼에 장착된 모터는 16개 수준이었는데 우리는 앞뒤로 40개를 장착, 진동의 크기와 패턴을 세밀화했다”며 “당시 경쟁사들의 제품은 콘텐츠에 따라 진동의 위치와 세기를 바꿀 수가 없었는데, 우리는 고객들이 직접 촉감 패턴을 커스텀할 수 있도록 코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도 499달러(햅틱조끼 기준·한화 59만원)에 맞췄다. 곽 대표는 “궁극적으론 콘솔 이용자들이 주요 타깃이었던 만큼 콘솔 가격대에 맞춘 정책을 펼치고자 했다”며 “경쟁사 제품은 우리 제품보다 모터가 적고 커스텀도 되지 않는데도 70만~100만원대로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시장의 비중이 75%에 달한다. 2배 늘어난 매출(36억원)과 함께 비햅틱스는 올해 생산능력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곽 대표는 “적용되는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게임사들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기업부터 국내 대기업들까지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향후 협업의 결과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기욱 비햅틱스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햅틱시장,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중심 도약

최근 들어 햅틱기기 시장은 메타버스의 급부상과 함께 VR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시청각 중심의 메타버스가 촉각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햅틱 시장은 2019년 129억5479만 달러(한화 15조4800억원)에서 오는 2024년엔 260억3333만 달러(31조11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비햅틱스가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시장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곽 대표는 “사람은 공간과 시간을 주무르고 싶은 욕구가 있고, 이것이 메타버스와 연결된다”며 “처음 메타버스의 시작이 시청각이라면 다음 단계는 자연스러운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해주는 햅틱기기, 즉 촉각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라며 “현재는 VR게임용이지만 향후 교육, 트레이닝, 소셜네트워킹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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