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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장하준(60) 영국 런던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에서 거론한 ‘주69시간 근로제’ 개편안에 대해 쓴소리했다. 장 교수는 27일 10년 만에 펴낸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 출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할 자유가 (현 정부의) 아젠다(의제·안건)에 나왔다는 게 경악스러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 96시간 안건에 대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사회과학·경제학 훈련을 안 받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근대적 자유의 개념이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정부의 아젠다가 맞냐”며 “시간이 있어야 애도 낳는다. 도대체 애는 누가 낳고, 누가 키우냐”고 일갈했다.
상황과 구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길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치자. 강도가 총을 들이대고 선택할 자유를 줄테니 지갑을 줄래, 총 맞을래 했다면 그게 진정한 자유의 선택일까”라고 되물으면서 “그런 일을 없게 하려고 독극물을 규제하고, 노동시간도 규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제안할 만한 경제학 이론을 물었더니, “정공법을 따르라”는 조언이 나왔다. 그는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라면 생산성 향상이 제일 중요하다”며 “딴생각하지 마시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기술개발하고, 창의적 사회를 만들 것인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장 교수는 10년 만에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를 펴냈다.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18가지 음식 재료를 매개로 가난과 부, 성장과 몰락, 자유와 보호, 공정과 불평등, 복지 확대와 축소 등 우리에게 밀접한 경제 현안들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장 교수는 “대중을 위한 경제서를 쓰고 글도 기고하면서 점점 느낀 것이 경제 문맹 퇴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경제라는 렌즈를 통해 파악된다. 모든 것이 경제 논리로 결정되는 만큼 모든 시민이 어느 정도 경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음식 얘기로 시작해 묘하게 틀어 경제학 얘기로 가는 식으로 미끼를 던지는 식으로 썼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