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도 제정했는데"..경기도, 공문서 46%가 '외국어 범벅'

정부 관공서 첫 '공공언어 사용 실태 감사'
행정 효율성 저해· 국민 알 권리 침해 심각
"교육, 승진 등에 공공언어 소양 반영해야"
  • 등록 2021-10-06 오후 2:00:01

    수정 2021-10-06 오후 2:00:01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대국민 공개문서, 언론 보도자료 등의 공문서에 여전히 외국어, 낯선 한자어, 일본어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의 효율성 저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6일 본지가 입수한 ‘경기도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특정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청과 산하 기관이 작성한 공문서 3만3422건 가운데 1만5467건(46.3%)이 외국어 단어와 낯선 한자어, 일본어 투 용어, 권위적 표현 등을 사용해 순화 대상으로 분류됐다. 감사는 김명진, 김형주, 손승일, 조한솔, 김선화, 엄태경, 육영주, 백경미 등 시민 감사관 8명과 경기도청 직원 8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사반에 의해 진행됐다.

이번 감사에서 공문서에 외국어 등 어려운 용어가 사용된 것은 총 5만2265회에 달했다. 가장 많이 지적된 용어의 유형은 어려운 한자어(2만7767회, 53.1%)로 전체 순화 대상 용어의 절반이 넘었다. 다음으로는 △외국어(1만2254회, 23.4%) △로마자와 한자 표기(8740회, 16.7%) △일본어 투, 권위적 표현(3412회, 6.5%) △차별어(92회, 0.1%) 등의 순이었다.

한 공공기관의 공문서에 쓰였던 ‘업무매뉴얼을 송부하여 왔는바, 시군에서는 반드시 공고문을 시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고’ 문구의 경우 불필요한 외국어, 한자어 등이 남용된 대표적 사례다. 통보, 송부, 첨부 등의 한자어, 홈페이지, 메뉴얼 등의 외국어가 범벅돼 이해하기 어렵다. 합동감사반은 이 문구의 경우 ‘업무설명서를 보내오니, 시군에서는 반드시 공고문을 시군 누리집 등을 통해 공고’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를 이끌었던 김명진 한글문화연대 부대표는 “경기도는 2015년에 국어바르게쓰기 조례를 제정하였음에도 이런 정도 성적이라면 더 분발해야 한다”며 “특히 정책명, 행사명, 기관명에서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합동감사반은 총 3만3422건의 문서에서 감사 대상 용어를 1차 추출 후 시민감사관이 2차 확인하는 방식으로 예비 감사를 진행했다. 이후 4개 조로 나뉜 시민감사관이 문장 하나하나 확인한 뒤, 감사 대상으로 삼을지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 감사는 정부 관공서가 자체 실시한 최초의 공공언어 사용 실태 감사라는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민간의 시민과 국어 전문가들을 시민감사관으로 위촉해 합동 감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국어기본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이번 특정감사 결과가 단지 실태 조사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용어부터 바꾸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하고,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기적인 실태 점검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직원 교육, 특히 고위직 공무원 승진에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소양을 반영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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