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타개책 필요한 사우디 국왕 vs 분노한 이란 최고지도자

눈에 보이는 화약고에 불 붙여…저유가 위기 넘어보자
핵협상 후 부상하던 이란 거세게 항의…종파갈등 불붙어
  • 등록 2016-01-04 오후 3:41:34

    수정 2016-01-04 오후 4:54:24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좌)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우)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시아파 본산인 이란이 새해 벽두부터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사형 집행으로 중동 전역의 시아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우디는 3일(현지시간) 이란과 외교관게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중동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대치국면이 일족측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늘 종파 갈등의 씨앗을 품고 사는 중동에서 화약고에 불을 붙인 사우디의 ‘벼랑끝 외교’ 수순은 위기 타개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유가에 민심도 동요…사우디 국왕 리더십 시험대

사우디는 2일(현지시간) 느닷없이 47명에 대해 집단 사형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1979년 메카 대성전에 침투한 무장조직원 68명을 처형한 이후 최대 규모의 사형이다. 문제는 사형 대상에 시아파 지도자 중 한 명인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슬람교 창시자 모하마드가 지난 632년 사망한 뒤 1400년간 이어진 수니파와 시아파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점을 사우디가 모를 리 없다. 그동안 이란은 수차례 외교적 채널을 통해 사우디에 알님르 사면을 요구해왔고 국제사회도 종파갈등을 우려해 인도주의적 결정을 내리라는 조언을 해왔다.

표면적으로 사우디는 내부적 압력 때문에 이같은 선택을 했다고 설명한다. 사우디가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가담한 이들을 2003년부터 2006년 사이에 체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감옥살이만 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난이 커졌고 일각에서는 이들을 사형시키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위기 돌파를 위한 대응책과 이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위해 집단사형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내놨다는 얘기다.

사우디 위기는 유가하락에서 시작됐다. 국제유가가 2014년 고점 대비 60% 넘게 폭락하자 사우디 재정은 바닥이 났고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올해 재정지출 규모를 작년에 비해 14% 줄이고 연료보조금을 대폭 삭감해 휘발유값과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른 불만을 외부로 돌릴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해 1월 당시 왕이었던 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위를 계승 받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공교롭게 왕위에 오르자마자 유가하락으로 산유국들과의 치킨게임을 해야 했던 알사우드 국왕 입장에서는 위기 타개를 위한 묘수를 내야 했다. 결국 왕권과 공권력에 도전한 분자를 처형하는 고전적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핵협상으로 부상하는 이란…못마땅한 사우디

특히 이란은 사사건건 사우디와 부딪히면서 갈등을 빚어온 앙숙이다. 이란이 지난해 서구진영과의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점도 사우디로서는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이란은 석유 생산과 수출에 나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고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사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동안 서구진영과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의 영역을 이란이 조금씩 침범해온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중동 곳곳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국가(IS) 본거지인 시리아에서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시아파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예멘 내전에서도 사우디는 수니파 걸프국을 불러모아 시아파 반군 후티를 격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반면 이란은 후티를 지지한다.

국제 유가 상승 효과도 노렸다. 중동 지역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여왔다.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단절을 선언한 3일 뉴욕상업거래소 시간외전자거래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 넘게 올랐다.

이란도 거센 반발…최고지도자 “사우디는 흰색 옷의 IS”

이같은 사우디의 거침없는 행보에 이란도 거세게 맞서고 있다. 이란은 작년 9월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성지순례 기간에 압사사고로 450명 이상의 이란인이 사망하자 사우디 대처가 미흡했다며 상당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번 사형 집행으로 이란에서는 대규모 사우디 규탄집회가 열렸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고 곳곳에서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사진을 불태우는 등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표출되고 있다.

이란 헌법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사우디의 처형 결정을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이란 국가원수는 대통령으로 선출직이지만 그 위에 최고지도자가 있다. 국가, 정치, 종교에서 최고 권력자로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1989년 2대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그는 2일 “알님르의 사형은 정치적 실수”라며 “수니파 왕국 지도자들은 그의 죽음에 존엄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더니 3일에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사우디를 흰색 옷을 입은 이슬람국가(IS)로 묘사한 그림을 올렸다. 사우디의 이번 사형집행이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IS의 처형과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압바스 카드힘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학대학 수석 외교정책 교수는 “중동 국가들은 다른 종파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사건사고를 이용해 긴장을 최고조로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란의 거센 반발에 사우디는 결국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양국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우디를 비난하는 그림(출처=khamenei.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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