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수교 100년 기념공원 엉뚱한 곳에 조성한 인천시

1982년 동구 화도진에 100주년 기념공원 조성
33년 뒤 조미통상조약 체결지 중구로 정정 발표
지자체 표지석·안내문 존치…시민 조약장소 혼동
시민단체 "잘못 기술된 역사 방치, 무책임한 행정"
  • 등록 2023-06-19 오후 4:37:42

    수정 2023-06-19 오후 7:48:34

인천 동구 화도진공원 전경. (사진 = 동구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조미수호통상조약(이하 조미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동구 화도진에 공원을 조성했다가 뒤늦게 조약 장소가 바뀐 것을 인지하고서도 관련 시설을 수년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는 매년 지역과 관련 없는 조미조약일에 구민의날(5월22일) 행사를 열어 구태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인천시와 동구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난 1982년 조미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동구 화수동 화도진과 주변에 화도진공원(2만2000㎡)을 조성했다.

시는 당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1882년 5월22일 화도진에서 조미조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고 공원 조성과 조약 표지석·안내문 설치를 했다. 화도진(2만240㎡)은 1879년 서양 여러 나라의 서해안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군사진영으로 조미조약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동구는 조약에 참여한 미국측 전권공사 로버트 윌슨 슈펠트와 조선측 전권대신 신헌 흉상, 조약 안내문 등을 설치한 전시관을 2000년대 말 화도진공원에서 개관했다. 화도진 동헌(관아 건물)에는 슈펠트 등의 밀랍인형도 세웠다. 인천시는 화도진을 1990년 기념물 2호로 지정했다. 지정 사유는 조미조약이 체결된 지역으로 중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천시와 동구의 행정은 역사적 오류로 나타났다. 조약 체결 장소가 화도진이 아니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역사학계가 2013년 조약 장소가 중구 자유공원 인근 ‘인천해관장(인천세관장) 사택 터’라는 것을 자료로 확인하자 인천시는 2015년 조약 체결지를 화도진에서 자유공원 입구로 정정해 발표했다. 이에 인천시와 동구는 조약과 관련 없는 엉뚱한 곳에 기념 공원, 표지석, 전시관 등을 조성한 꼴이 됐다.

인천 동구 화도진공원에 설치된 조미수호통상조약 기념 표지석과 정정안내문. (사진 = 동구 제공)
시·구는 행정 오류를 바로잡지 않았다. 시는 체결지를 정정한 뒤 3년이 지난 2018년에서야 화도진공원 표지석 철거 검토 요청 공문을 동구에 보냈고 동구는 ‘표지석 존치, 정정안내문 설치’ 입장으로 회신했다. 잘못 설치한 표지석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동구는 2019년 6월 화도진공원 조약 표지석 주변에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고 인천해관장 사택 터에 조약 표지석을 새로 설치했다’는 정정안내문만 설치하고 아무런 조치를 안했다. 동헌 밀랍인형은 그대로 뒀다가 시민단체 비판이 일자 지난 14일 철거했다. 공원 곳곳의 안내문에는 여전히 화도진이 조미조약 체결지로 소개돼 있다.

시민단체는 표지석·안내문 존치, 조약 체결일 구민의날 행사(화도진축제) 개최 등을 비판하고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화도진 전시관과 조약 표지석, 안내문을 그대로 둔 것은 잘못 기술된 역사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다”며 “이로 인해 시민은 조약 장소를 혼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민의날 제정 취지가 무색하다”며 “해당 날짜를 화도진 창건 날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동구에 공원 관리를 위임했기 때문에 간여할 부분이 없다”며 “기념물 지정 철회 여부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구는 “공원 안내문은 추후 예산을 확보해 변경하겠다”며 “전시관 흉상은 역사적 자료여서 그대로 둘 것이다. 구민의날은 조례로 정한 것이어서 향후 구민 의견을 수렴해 변경 여부를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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