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물의 전기분해’가 꼽히는 가운데 촉매 구조의 ‘빈틈(vacancy)’을 이용하는 방법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 주사전자현미경(STEM) 이미지 분석을 통한 셀레늄 빈자리 결함 형태 확인. 수소 기체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합성한 MoSe₂의 경우 빈자리 결함(붉은색)이 연속적으로 모여 있는(coalesced)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UNIST. |
|
UNIST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김건태·이준희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이금속 기반 촉매인 ‘이셀레나이드 몰리브덴(MoSe₂)’이 갖는 빈자리 결함(vacancy)을 조절해 수소발생반응이 촉진되는 원리를 밝혔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셀레나이드 몰리브덴을 실시간(in-situ)으로 합성하면서 빈자리 결함을 정교하게 조절했다. 값비싼 후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수소 생산 반응에 알맞은 빈자리 결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둘 이상의 원자가 합쳐진 물질은 각 원자가 규칙적으로 쌓여 결정(結晶)을 이룬다. 이때 규칙적인 구조 사이에 원자의 빈자리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학문적인 용어로 ‘빈자리 결함’이라 한다. 이런 ‘빈자리 결함’을 가진 물질을 촉매로 쓰면 화학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
전이금속 기반 촉매인 ‘이셀레나이드 몰리브덴(MoSe₂)’등은 물의 전기분해에서 수소 발생을 돕는다. 이 촉매에 후처리 공정을 하면 인위적으로 빈자리 결함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때 수소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후처리 공정이 들어가면 전체 합성 과정이 복잡해져 공정 비용이 높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셀레나이드 몰리브덴을 합성하는 박막증착공정(CVD)에서 후처리 공정 없이 단번에 빈틈, 즉 빈자리 결함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으로 합성한 촉매의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수소발생반응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타펠 기울기(Tafel slope)가 귀금속인 백금 촉매에 가깝게 나타났다. 타펠 기울기 값이 작을수록 수소 발생 반응이 잘 일어나는데 연구진이 합성한 촉매의 타펠 기울기는 전이금속 기반 촉매(TMDs) 단독 물질로는 최저값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새로 합성한 촉매를 원자 단위 이미지로 분석해 셀레늄(Se) 빈자리 결함이 연속적(coalesced)으로 존재하는 걸 확인했다. 또 연속적인 빈자리 결함이 수소 발생에 필요한 ‘수소 흡착 에너지’와 ‘수소 확산 장벽’을 크게 줄이는 것을 발견했다. 물에 존재하는 수소 이온(H+)이 수소 기체(H₂)가 되려면 수소 이온이 촉매에 붙는 흡착이 잘 이뤄지고 흡착된 수소 원자가 다른 원자들 사이를 잘 이동하는 확산이 활성화돼야 타펠 반응(Tafel reaction)이 활성화된다. 두 가지 모두를 연속된 셀레늄 원자의 빈자리 결함이 활성화 해준 것이다.
특히 연속된 셀레늄 원자의 빈자리 결함이 수소 확산 장벽을 감소시켜 귀금속 기반 촉매를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밝혀졌다. 이 내용은 향후 빈자리 결함을 설계해 고효율의 전이금속 촉매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혜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차원(2D) 물질의 합성 뿐 아니라 수소 발생 촉매의 발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연구”라며 “빈자리 결함을 제어해 새로운 2D 물질을 만들어내고 귀금속 촉매를 대체할 비귀금속(전이금속) 기반 수소 발생 촉매를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7월 5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창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