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추석선물 뭘로 하세요?

  • 등록 2003-09-04 오후 6:08:03

    수정 2003-09-04 오후 6:08:03

[edaily 이진우기자]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즐거운 명절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어렵게 중소기업을 꾸려나가는 경영자들에게는 추석도 "힘들게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산업부 이진우 기자가 추석을 맞아 고민이 깊어지는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추석에 호남산 복분자술과 영남 특산품인 경남 합천 한과를 담은 `국민화합형` 선물세트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너무 비싸지도 않으면서 품위도 갖출 수 있고 좋은 의미도 담을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추석선물을 웃으며 고민할 수 있는 넉넉한 상황이 아닙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P사의 J사장은 얼마전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추석때 외부에 선물 뭘로 하면 좋을까?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해?" 내년에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는 J사장은 불안한 모양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못주고 조그만 선물세트나 하나씩 돌리려고 하는데 내 식구 말고도 여기저기 챙길 곳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몰라" J사장의 이런 걱정은 그가 혼자 겪는 일이 아닙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 K씨의 푸념을 들어보시죠. "이기자도 알다시피 우리가 이번에 회사가 어려워서 추석보너스를 반으로 줄였잖아. 그런데 거래처 챙기는 건 소홀이 할 수 없겠더라고. 그래서 양주 선물세트를 80개 샀는데 이걸 회사에 보관할수가 없더라고. 직원들 눈치 보여서. 그래서 지금 우리집 거실은 양주 박스로 꽉 차서 걸어 다니기도 불편해" 명절 무렵만 되면 오후 시간의 시내 교통이 출퇴근 시간보다 더 막힙니다. 여기저기 인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랍니다. 명절 선물은 언젠가부터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을이 갑에게 당연히 "줘야하는" 걸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명절 선물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지 흐름을 따라가면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가 훤히 꿰어집니다. 명절 잘 보내라는 뜻의 선물을, 대통령도 하는 추석 선물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게 너무 야박하다고요? 이번에는 모바일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 벤처기업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명절 때만 되면 갑자기 밥이나 먹자고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꼭 명절 전에 보자고. 십중팔구 뻔하죠. 뭐 줄건 주고 받을건 받자 싶은 생각으로 만나고 오지만 다음에 회사 옮기게 되면 꼭 `갑`인 회사로 가야지 싶은 생각이 들더구만요" 일부 기업에서는 명절선물 안받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모 회사 임원은 선물을 받았다가 시범케이스로 옷을 벗었다는 소문도 들리고 택배회사들도 올들어서 수취를 거부하는 선물세트가 늘어서 고민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명절때 정성을 주고받는 문화는 미풍양속입니다. 그러나 받는 사람 입장에서만 미풍이고 양속인 관행은 조금씩 고쳐가야 하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주름살이 깊은데 말이죠. 청와대가 영호남의 국민화합을 위해 영호남 특산품을 함께 담은 추석 선물을 준비했다지만 진짜 국민화합은 누구나 모두에게 추석이 기쁘기만 한 명절로 자리잡을 때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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