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섬세하게…산책길에 그은 '칼'선 [e갤러리]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신진작가 3인전 연 허찬미
'안가던 방향' '못보던 장면' 만나는 산책
평온·단조로운 풍경에 날카로운 선 그어
정물이 꿈틀대는듯한 '묘한 긴장감' 불러
  • 등록 2023-02-08 오후 2:27:46

    수정 2023-02-08 오후 2:27:46

허찬미 ‘골목과 화분과 고양이’(2022), 캔버스에 아크릴, 90.9×72.7㎝(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낯설 게 없지 않은가. 골목길에 나와 있는 화분, 그 곁을 지키는 고양이라면. 볕을 쬐고 있든지, 빗방울을 세고 있든지 하나도 어색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말이다. 지극히 평온하고 단조로운 이 화면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지되는 거다. 슬쩍 옆으로 움직인 듯한, 좀전에 본 것과 뭔가 달라진 듯한.

작가 허찬미(32)는 풍경을 그린다. 좀더 친절하게는 “주변을 천천히 걸어 다니는 산책길에서 만난 것들”이란다. 사실, 핵심은 다 나왔다. 산책의 다른 말이라면 ‘안 가던 방향’ ‘못 보던 장면’일 테니. ‘골목과 화분과 고양이’(2022)는 물론이고, ‘땅과 벽 사이’를 비집고 올라탄 꽃풀이나 ‘새와 지붕과 하늘’에 걸친 탄복할 색조화를 ‘캐낼’ 수 있단 거다.

하지만 특별한 건 따로 있다. 무심한 듯 섬세하게 그어낸 ‘칼’선. 바로 그 날카로움이 ‘묘한 긴장감’의 진원지란 얘기다. ‘얼음!’으로 고정한 정물들이 꿈틀대는 듯한 효과 말이다. 붓만으론 부족했나. 그 효과를 돋우는 데 쓰는 도구가 예사롭지 않다. 나뭇가지나 잡초이파리, 때론 이불까지 동원한다니.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서 김시안·정소윤과 여는 3인전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가 2018년부터 매해 첫 기획전으로 꾸리는 신진작가전이다. 회화·섬유공예 30점을 걸었다.

허찬미 ‘땅과 벽 사이’(2022), 캔버스에 아크릴, 116.8×80.3㎝(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허찬미 ‘새와 지붕과 하늘’(2022), 캔버스에 아크릴, 90.9×72.7㎝(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허찬미 ‘물과 물이 만나는 곳’(2022), 캔버스에 아크릴, 45.5×60.6㎝(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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