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너마저…요즘엔 한 마리에 1000원

국민간식 붕어빵 `개당 1000원` 시대
밀가루·팥·설탕·식용유 가격 다 인상
시민들, 저렴한 노점 찾으려 발품
옛 정취 사라지고 직접 만들어 먹기도
  • 등록 2023-11-08 오후 2:03:48

    수정 2023-11-08 오후 7:40:41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붕어빵 세 개를 1000원에 파는 집이요? 적어도 여기 주변에는 없을 거에요”

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점상 김모 씨(71)가 손에 장갑을 끼고 붕어빵 기계 틀을 연신 뒤집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파는 붕어빵은 두 개에 1000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세 개에 1000원이 `국룰`(불문율의 다른 표현)로 여겨졌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탓에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밀가루, 팥, 식용유, 설탕까지 안 오른 게 없다”며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점에서 판매되는 붕어빵. 개당 1000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사진=이유림 기자)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개당 1000원을 받는 곳도 생겨났다. 강남역 다른 골목의 노점에선 세 개에 3000원 가격표가 붙었다. 또 다른 노점에서는 세 개를 묶음 구매하면 2000원이지만 낱개로 구매하려면 개당 1000원이었다. 팥이 아닌 슈크림이나 크림치즈, 고구마, 콘치즈, 피자가 속재료로 들어가면 가격은 더 비싸진다. 단가를 낮추는 대신 크기를 줄이는 ‘미니 붕어빵’도 등장했다. 일반 붕어빵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하지만 갯수를 대여섯 개로 늘려 양이 많아 보이도록 포장한 것이다.

노점들은 재료비 인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붕어빵 주재료인 붉은 팥(수입)의 도매가격은 지난 6일 기준 27만 4400원으로 20만 6167원의 평년 평균 가격보다 33%가량 올랐다. 팥을 감싸는 밀가루 가격은 작년과 비교할 때 소폭 감소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재작년과 비교하면 36%가량 뛰었다. 식용유와 설탕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6%, 32% 인상됐다.

서민들의 대표 간식인 붕어빵조차 마음 놓고 사 먹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20대 박모 씨는 “추운 겨울이면 붕어빵이 손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는데 이제는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며 “앞으로 사 먹는 빈도가 크게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붕어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들은 저렴한 노점을 찾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기도 한다. 이들 사이에선 노점의 위치뿐 아니라 가격과 맛까지 공유할 수 있는 `붕어빵 위치 공유 어플리케이션`(앱)도 인기다. 20대 이모 씨는 “앱에서 붕어빵 종류와 가격, 가게 형태와 출몰 시기, 결제 방식까지 알려줘 유용하다”며 “운이 좋으면 1000원에 4개를 주는 곳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요즘에는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 먹거나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조리하는 가정간편식 냉동 붕어빵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주부인 50대 강모 씨는 “길에서 사 먹는 옛 정취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가격과 품질이 괜찮고 무엇보다 위생적이라 붕어빵이 생각날 때 종종 마트에서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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