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들여 서빙로봇 놨습니다 알바는 정리할 거고요"

경영여건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불만'
"이미 1만 2000원 줘야 채용 가능…1000원 차이도 큰 부담"
"인건비 오르면 테이블 오더로 대체…가격 인상 고려도"
1인 자영업자 증가 등 고용시장 경직 우려
협단체 반발…"구분적용 부결, 다수 업종 도미노 ...
  • 등록 2023-07-19 오후 6:26:03

    수정 2023-07-19 오후 7:20:50

[이데일리 함지현 백주아 기자] “장사는 안되고 코로나 대출 갚기도 어려운데 인건비까지 더 올라가면 어쩌라는 말인가요? 최근 수백만원을 들여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을 설치했습니다. 대신 5명의 아르바이트생 중 1명은 정리할 계획입니다.”

인천시에서 PC방을 하는 이모 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사업이 휘청거렸던 상황까지는 버텼지만 인건비라는 난관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씨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간에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말과 평일 총 5명의 아르바이트를 고용 중이다. 인건비만 한 달에 700만~800만원이 나간다.

아르바이트생 채용도 쉽지 않다. 현재 최저 임금인 시급 9620원으로는 구직문의 연락조차 받을 수 없다. 적어도 1만2000원은 지급한다고 해야 지원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PC방 이용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 PC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시간에 1000원도 안 할 정도로 가격대가 낮게 형성돼서다.

이 씨는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인건비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5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주휴수당도 문제다. 땀 흘려 일하는 공단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이 240만원 정도인데 PC방 아르바이트생의 월급도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0만원이 된다. 누가 어려운 곳에서 일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울 종로구 한 거리에 편의점과 식당들이 영업 중이다.(사진=백주아 기자)
“인건비 상승 부담…아르바이트 대신 키오스크 고민”

자영업자들은 이미 급격히 상승한 인건비 상황과 경영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렸다는 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에서 1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현재 5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는 홍 모 씨는 “전체 수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다. 10년 전 4000원대에서 2배가 올랐으니 1000~2000원 차이라도 굉장히 부담이 크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급을 다시 협의할 계획이다. 인건비가 오른다고 손님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고물가에 사람들이 안 그래도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부담만 더 늘어나 힘들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부담이 이어질 경우 채용을 하기보다 키오스크나 스마트 오더 등을 도입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점주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작은 선술집을 하는 심모 씨는 “설거지와 홀 서빙을 보는 아르바이트를 채용했는데 인건비가 한 달에 50만원 정도”라며 “식기세척기 설치에 150만원, 테이블 오더가 테이블당 1만8000원이면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지만 인건비가 계속 오른다면 운영 방식을 바꿀 계획”이라며 “최근 무인 서빙 로봇 설치 권유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사용점포도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실제로 이 가게 주변에서 영업하던 24시간 식당 6곳 중 한 곳을 빼고 모두 저녁 9시 이후 장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주방 인건비 부담이 큰 탓이라고 한다. 일부 키오스크와 로봇 서빙기를 운용하는 곳도 있는데 그만큼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다는 후문이다.

소상공인·자영업계는 기계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에 따르면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 증가하는 동안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늘었다.

지난 4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이 약화됐다며 2024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소상공인연합회)
협단체들 ‘발끈’…“내년 실질 최저임금 1만 2900원”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받는 편의점 관련 협회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발표됐지만 자영업자가 지불해야 할 최저임금은 주휴수당 포함 1만1832원, 4대 보험료 포함 1만 2900원”이라며 “정부와 편의점 본사는 자영업자와 가맹점주를 위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편의점들은 폐업하거나 야간 무인화와 고용 축소를 통한 인건비를 줄여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정부는 주휴수당 폐지를 비롯해 올해에 일몰하는 신용카드 부가세 공제 특례 연장, 두루누리 지원 확대, 3개월 미만 단기 근로자 4대 보험비 지원 등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상공인 단체 역시 유감을 표했다. 그동안 비용구조와 경영 여건상 불가피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해 온 소공연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소상공인이 더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소공연은 “최근 몇 년 동안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한 데 반해 인건비 상승률은 3.7%에 달했다. 이미 소상공인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인건비로 지불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업종별 구분 적용조차 부결했다. 이들 업종을 시작으로 종국에는 다수의 업종이 도미노로 문을 닫는 총체적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내년에는 미만율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하기 위한 사회적 소통 시간도 가질 것”이라며 “앞으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학계나 정부, 국회 등과 다양한 토론회를 여는 등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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