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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들(총 160명 중 92명) = 짝짝짝(박수).
14일 오전 9시10분께 국회 본청.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 의원총회는 그렇게 불과 몇 분 만에 끝났다. 일사천리였다. “너무 빨리 끝났다”는 다소 어색한 반응도 일부에서 있었다. 이는 ‘당 서열 2위’ 원내대표직의 무게에 비해 선거가 싱거웠다는 뜻만 있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 지난 8일 ‘유승민 사퇴’ 의원총회와 묘하게 겹쳐 보인 까닭이 더 크다. 당시 난상토론은 무려 3시간45분에 걸쳐 진행됐고, 당내에는 상처만 남겼다.
‘원내대표 원유철’ 카드는 새누리당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유승민 정국’으로 깊게 패인 당·청간 갈등의 골을 어떤 식으로든 메워야 하는 건 새누리당의 지상과제다. ‘박근혜냐 유승민이냐’ 선택지를 두고 박 대통령을 택한 만큼 인선도 그에 맞춰야 했다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도 당청관계 회복에 맞춰졌다. 그는 합의 추대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청관계가 조금 불편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유승민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삼권분립 원칙 하에서 보면 정부와 국회간 견제와 균형이 맞다”면서도 “당과 청와대는 새누리당이라는 뿌리 속에서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빨리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재개하겠다”고도 했다.
‘원유철 체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기대감 측면에서는 피 말리는 격전지인 수도권(경기 평택갑)에서 4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정치력은 입증됐다는 평가다. 최연소인 29세 때 도의원부터 시작해 밑바닥 민심을 훑는 감각도 능하다. 거중조정의 역할이 더 요구되는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데 적합하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역시 당청 관계다. 부드러운 성격 탓에 가뜩이나 수직적인 관계 하에서 청와대 의견에 더 순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청와대 대변인이 아니길 바란다”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언급에도 이같은 걱정이 담겨있다.
그가 주류 친박계에 둘러싸여 대야 협상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친박계가 핵심 대화채널을 독점한다면 그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