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카드도 안 긁었다…재난지원금 덕 선불카드 급증

지난 3월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신용·체크카드 등 지급카드 이용액 감소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선불카드 사용액만 대폭 늘어났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2~5월 신용·체크·선불·직불 카드 등 지급카드 이용실적은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급카드 이용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 2003년 관련 통계가 편제된 이래 신용카드 사태 당시인 2004년 1~10월(-9.2%),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0.9%), 최장 명절연휴가 있었던 2017년 10월(-5.0%) 등 세 차례 뿐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이용액이 대폭 늘어난 선불카드를 제외할 경우 이용실적 감소폭은 더욱 커진다. 같은 기간 선불카드 이용액은 전년동기대비 892.6%가 늘어났다. 이같은 선불카드 이용액을 제하면 전체 실적 감소율은 전년동기대비 -2.1%에서 -3.0%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 지급카드 이용액이 다시 증가 전환한 것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이다. 월별로 지급카드 이용실적은 1월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했던 것이 2월 2.8%로 증가폭이 줄어들기 시작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달했던 3월에는 -7.4%로 감소 전환했다. 이어 4월에도 -4.4%를 나타냈지만 5월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0.9%로 증가 전환했다.

(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 여파에 결제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5월중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통한 비대면결제는 더욱 활성화되며 전년동기대비 12.7% 증가한 반면 대면결제는 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면결제의 경우도 실물카드를 제시 비율은 10.2% 줄어든 반면, 모바일기기를 접촉하는 방식은 9.1%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액만 살펴봤을 때도 비대면거래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2~5월중 신용카드 이용액은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21.4% 증가한 반면 다른 업종은 대부분 감소했다. 특히 여행업종은 80.2%가 감소했고, 교육(-22.6%)과 오락·문화(-16.8%) 업종 역시 큰 폭의 감소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여행자가 급감한 탓에 제주의 신용카드 이용액(-21.1%)이 가장 크게 감소했고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대구·경북(-14.2%), 부산·경남(-9.4%)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의 경우엔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편 2~5월중에는 전자금융공동망을 통한 계좌이체규모도 전년동기대비 13.9%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결제를 선호하는 현상이 계좌이체로 이어진데다 같은 기간 주식 투자자금 유입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5월중 하루 평균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38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8%가 증가했다. 반면 CD 및 ATM을 통한 자금이체인 CD공동망의 현금인출은 같은 기간 19.8% 감소했다.

(자료=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