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김한길 민주당 대표 정강·정책연설

  • 등록 2014-03-20 오후 5:20:02

    수정 2014-03-20 오후 5:20:02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0일 방송연설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나아갈 길로 ‘약속을 실천하는 새로운 정치’를 내세웠다.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가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국민에게 약속한 기초연금, 기초선거 무공천, 생애주기별 복지공약, 경제민주화 등을 모두 파기하고 있다며 이를 ‘낡은 정치’로 지칭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민생이 붕괴된 대한민국의 절망적인 현실이야말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는 이유”라며 “이제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불통과 거짓을 끝내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의 연설문 전문.

<전문>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민주당 대표 김한길입니다. 저는 안철수 위원장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우리와 더불어 살던 이웃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얼마전 송파에 사는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지요.

식당일로 생계를 꾸리던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 그 어머니가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넘어져 팔이 부러지면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월세 38만원의 반지하방, 20만원 가량의 가스비와 전기료,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누워있는 큰딸, 알바로 생활비를 보태려 했지만 신용불량자가 되고만 작은딸…

60대 어머니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기고 두 딸과 함께 동반자살을 택했습니다. 공과금이 밀려서 죄송하다는 글을 남기고 말입니다. 우리당의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말하다가 하도 눈물이 나서 말을 잇지 못하고 서면으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제 아내도 저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한 건, 이 땅에 살아남은 우리들이었고, 특히 더 많이 죄송한 건 정치를 한다고 여의도를 왔다갔다 하는 우리들 정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세 모녀의 자살사건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먹고사는 게 너무나 막막한 분들의 동반자살 행진이 안타깝지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싶어도 살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조금만 더 이를 악물고 견디면 희망이 보일 꺼라고… 이렇게 조차 생각할 수 없는 사회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과연 우리가 지금 국민행복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듣기 좋은 말씀을 참 잘 하십니다. 새정치란 국익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라고, 며칠 전에는 새정치 이야기까지 하셨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에는 국민이 듣기 좋은 말씀을 아주 많이 하셨습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공약은 공약을 나이별로 나눈 것입니다. “만 5세까지 무상보육과 무상유아교육을 실시하겠다”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교실을 무료로 제공하겠다” “중학교 무상급식과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 “신혼부부에게 행복주택을 제공하겠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겠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 “서민들의 전세값 걱정 없게 하겠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매달 20만원씩 드리겠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이외에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한 수없이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치개혁의 대표공약으로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폐지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의 오래된 명령이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대선후보들이 국민께 약속했던 것입니다.

약속만 하신 것이 아니라, TV에 나와서 이렇게 쐐기를 박기까지 하셨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야 합니다” 또 이렇게 또박또박 말씀하신 것도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입니다” 그러니 어떤 국민인들 박근혜 대선후보의 약속을 믿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박근혜 정부 1년의 결과는 어떠합니까. 그 답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가 가는 곳마다 휘날리던 경제민주화와 복지라고 쓰인 깃발이 이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중산층은 붕괴되고 서민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경제활성화의 이름으로 재벌과 대기업만 살찌고 있습니다.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한데 그 아래 논밭은 쩍쩍 갈라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국민께 약속했던 공약들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약은 줄줄이 파기되거나 후퇴해서 결과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거짓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1년이 지났지만 국민고의 약속은 배반당했고, 국민행복시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새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국민 여러분께, 기초연금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민주당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7월부터 기초연금을 드리지 못하게 될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7월부터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드리는 것이 민주당의 변함없는 입장입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대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씩 드리면 될 것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어르신들 연금을 깎자고 합니다. 기초연금은 민주당의 요구대로 하면 여야 합의만으로도 당장 내일부터 65세 이상 어르신 70%에게 20만원씩 드릴 수 있습니다. 이미 5조 2천억원의 예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기초연금을 깎자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 안 대로라면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하면 할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되는 것입니다.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 40~50대 봉급생활자들이 손해 보는 차별정책, 불필요한 세대갈등을 유발시키는 국민 분열정책에 민주당은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이것은 양심의 문제」라며 사표를 던졌겠습니까.

정부와 새누리당은 하루라도 빨리 어르신들께 기초연금을 드릴 수 있도록 민주당이 제시한 방안을 수용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그나마 나라에 돈이 모자라서 다 못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라고 했지만,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에 대해서는 마치 그런 약속을 국민께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단 한마디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없이 6월 기초지방선거에서 공천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뿐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지난 대통령 선거에 국가정보원 등이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밝혀져서 검찰이 기소했고 그 재판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어렵사리 쟁취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졸지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서 온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습니다. 3류 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저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몹시 부끄럽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로서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7년에 잠재성장률 4%, 고용율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474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의 474비전이 발표되고 나서 국민들이 떠올린 것은 이미 반토막으로 끝난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을 키우면 그 성과가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가계에 전달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로 대변되는 친 대기업, 친 재벌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부자들은 좋아졌습니다. 재벌기업,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고달퍼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무차별한 규제완화를 천명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는 당연히 없애야 하겠지만,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규제 풀어주기는 안 됩니다. 손톱 밑 가시는 뽑아야 하지만 교차로의 신호등까지 없애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이 정글이 되어갑니다. 양육강식, 적자생존, 불평등, 이것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작동되지 않은지도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부자로 태어난 사람은 부자로 살고, 처음부터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국민의 절반이 스스로 나는 하류층이라고 말하고, 국민 10명 중 8명이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습니다. 헌법이 분명하게 못 박고 있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지금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국민 앞에 놓아드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렇게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민생이 붕괴된 대한민국의 절망적인 현실이야말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는 이유입니다. 불통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거짓의 정치가 민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불통과 거짓을 끝내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려내겠습니다.

약속을 실천하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에게 다시 희망을 안겨 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0년 민주당의 역사와 안철수의 새 정치가 만나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새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창당은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자기혁신의 다짐입니다.

우리의 창당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리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는 집권세력에 대한 민주주의자들의 응답입니다.

우리의 창당은 고단한 삶의 벼랑 끝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들을 보면서, 이제는 국민의 삶을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겠다는 민생중심주의 정치 선언입니다.

우리의 창당은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가로막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선언입니다.

그리고 어제의 좌절과 패배주의를 딛고 일어나 마침내 2017년 정권교체로 향하는 대장정의 출발 선언입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시대와 국민이 요청하는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낡은 정치와 결별하겠습니다. 정치개혁의 대표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거짓말정치,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매월 20만 원씩을 꼬박꼬박 주겠다고 약속해서 표를 잔뜩 얻어놓고는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 것은 국민과 어르신들을 깔보는 낡은 정치입니다.

국민이 바라는 이해와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못했던 정치,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던 정치, 낡은 이념대결과 지역갈등 구조를 숙주로 해서 민생을 외면하고 공생해온 정치, 진영논리와 막말과 이전투구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을 걱정하게 만들었던 정치, 이런 정치와 당당히 결별하겠습니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로 우리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땀 흘린 만큼 잘 사는 사회, 우리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예외 없이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좌니, 우니, 중도니 하는 말에 매달리지도 않겠습니다. 국민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길이라면 아무리 험난한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우리는 기꺼이 그 길을 걸어 나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눈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겠습니다. 우리가 옳으니까 국민은 따라오라는 식의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에게 배우며 국민을 섬기는 새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저 김한길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런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희망의 새정치를 열어주십시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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