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신 팔려 학생에게 술 팔면 불법일까

한국 월드컵 경기날 식당주인, 미성년자에게 주류 판매
성인 테이블에 늦게 합류한 사실 모르고 신분증 확인 안 해
청소년보호법 입건 이후 기소유예 처분받았으나 취소
"월드컵이라 손님이 워낙 많아 바빠 신분증 확인 못해"
  • 등록 2022-12-06 오후 4:31:44

    수정 2022-12-06 오후 4:32:35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월드컵은 상인에게 반가운 기간이다. 음식과 술을 곁들여 경기를 즐기려는 관객 덕에 술집은 호황을 맞곤 한다. 그러나 혼란한 틈을 타서 술을 마시러 술집 주변으로 모여드는 미성년자는 상인에게는 성가신 존재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팔린 술집 주인이 몰래 자리를 잡고 앉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면 불법일까. 식당주인 A씨는 2018년 6월18일 저녁 장사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날이었고, 손님은 경기가 시작할 무렵인 밤 9시(한국시각)부터 몰렸다.

장사를 마치고 나니 속 터지는 결과가 돌아왔다. 경기에서 한국이 스웨덴에 0대 1로 패배한 탓만이 아니었다. A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날 고객 가운데 미성년자가 있었는데 모르고 술을 팔았던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이에게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에 처한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식당에는 테이블이 십여 개 있었는데, 미성년자가 있던 테이블은 야외에 있었다. 애초 그 자리에 손님 2명이 앉았고 그전에 신분증으로 성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에 미성년자가 합석했는데 이걸 놓친 것이다.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였다. A씨가 나중에 미성년자가 합석할 것을 예상했는지, 그리고 미성년자가 합석한 것을 알고도 술을 팔았는지였다.

사실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A씨 잘못이 컸다. 그러나 당일 사정을 헤아려보면 ‘고의로’ 술을 판 것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었다. A씨는 종업원 1명을 두고 식당을 꾸려갔다. 두 명이 이날 주문받고, 조리하고, 서빙하고, 정리하고를 반복하느라 분주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날은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어서 손님이 워낙 많았다”며 “그 테이블에 손님이 추가된 것을 보지 못하고 신분증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날을 진술했다.

술을 판매한 과정도 따져볼 만했다. 처음 성인 고객이 술을 시킬 때는 미성년자가 없었고, 나중에 추가로 주문할 때에야 미성년자가 합석했다. 이 주문은 A씨가 아니라 종업원이 받았다. 그런데 A씨가 직접 술을 판매한 걸로 입건된 것은 무리가 있었다.

물론 A씨는 종업원을 관리·감독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살펴보니, 식당에는 △CCTV가 여러 대 설치돼 있었고 △싸이패스(신분증 위변조 판독기)를 설치했으며 △미성년자 출입금지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이 정도면 A씨가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는 나중에 헌재의 결정을 통해 기소유예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미성년자라는 점을 알면서도 술을 판 것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도 비슷하다. 성년의 술자리에 미성년이 합류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술을 판 것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합석한 것을 알면서도 술을 판 게 아니라면, 설령 성년에게 판매한 술을 나중에 몰래 합석한 청소년이 마시더라도 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A씨 사례를 들어 모든 상인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청소년 주류판매 행태와 경위는 천차만별이다. 특히 법정대리인(부모 등)이 자녀에게 술을 판매하는 데에 동의했더라도 처벌 대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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