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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어 EU까지…엔비디아 ARM 인수 잇딴 암초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엔비디아의 540억달러(약 62조5300억원) 규모의 ARM 인수 계획이 새로운 반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다.
엔비디아가 이번주 EU에 ARM 인수를 위한 규제 승인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에 이번 건을 담당하게 될 EU 경쟁국 관리들 사이에서 이같은 우려가 나온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르면 이날 신청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EU 관계자들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엔비디아의 양보가 경쟁업체들에 대한 잠재적 피해를 완화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면서 “이같은 우려는 지난달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이 거래가 혁신을 저해하고 경쟁자들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말한 이후 나왔다”고 전했다.
EU 내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분위기는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관계자는 FT에 “이곳에서 거래가 쉽게 풀릴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합병이 완료되면 경쟁사들이 ARM의 반도체 설계에 대한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규제 당국은 이같은 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영국 CMA는 최근 공정 경쟁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2단계 심층 조사에 착수했으며,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올해 초 엔비디아의 ARM 인수 관련 각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으나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의 추가 조치와 규제 당국과의 협의 진행사항에 따라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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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와도 직결…반도체업계 M&A “쉽지 않다”
1990년 설립된 ARM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이 분야에선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애플, 퀄컴, 삼성전자(005930)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에 이 회사의 기술이 적용된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ARM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9월 엔비디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발표 직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경쟁사가 ‘기술 독점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아마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민감한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 규제 당국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어느 한 국가라도 독과점 우려에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5년 전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를 인수하려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전례가 있다.
한편, 엔비디아 외에도 관계 규제 당국의 심사로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이 지연되고 있는 사례는 더 있다. 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해 발표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는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중국 사모펀드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대해서는 미국 재무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가 첨단 기기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비롯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필수 소비재의 핵심 부품이 되면서 반도체의 생산과 공급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